빈곤 포르노 불똥 튄 구호단체 “우린 방지 지침 지켜요”

때아닌 공방에 일부 냉가슴
“빈곤 자극적 노출로 모금” 오해탓
자체 가이드라인 철저한 준수

한국컴패션(위쪽)과 기아대책이 자체 마련한 지침에 맞춰 제작한 캠페인 사진들. 밝고 진취적인 모습이 중점적으로 담겼다. 한국컴패션, 기아대책 제공

최근 정치권 공방에 ‘빈곤 포르노’란 용어가 등장하면서 적잖은 기독 국제구호개발단체가 냉가슴을 앓고 있다. 빈곤 포르노를 막기 위해 자체 방침을 두고 실행하고 있음에도 대중 일각에선 ‘개발도상국 취약 아동의 처지를 여과 없이 노출해 모금한다’는 인식이 있어서다.

1980년대 서구에서 대두된 빈곤 포르노는 ‘모금 유도를 위해 곤경에 처한 이를 자극적으로 묘사한 사진이나 영상’을 말한다. 당시 한 방송에서 앙상하게 마른 아프리카 어린이의 몸에 파리 떼가 달라붙은 영상을 송출하면서 수억 달러에 달하는 금액을 모금하자 다른 단체도 이를 따라 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오늘날 규모 있는 국제구호개발기구들은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 개도국 아동에 관한 잘못된 고정관념이 대중에 각인되지 않도록 애쓰고 있다.

국내외에서 활약하는 기독 국제구호개발기구 역시 마찬가지다. 희망친구 기아대책(회장 유원식)은 후원 아동의 정보를 활용한 온·오프라인 홍보·마케팅을 시행할 경우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이 있다. 기아대책이 23일 공개한 가이드라인에는 캠페인 대표 이미지로 ‘밝고 희망찬 느낌의 모습’ ‘친구, 가정, 마을 구성원 등과 함께 어울리는 모습’으로 사용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재난으로 불가피하게 열악한 형편을 드러내야 할 땐 주거환경 등 풍경 위주로 조명한다. 후원 아동의 적나라한 나체나 상처 등을 촬영하는 건 금지한다. 전호철 홍보팀장은 “보호자가 동의한다 해도 아동이 현장에서 거부하면 취재와 촬영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제어린이양육기구 한국컴패션(대표 서정인)은 시청각 자료 제작 시 지켜야 할 ‘비주얼 스탠더드’를 두고 있다. 컴패션은 에버렛 스완슨 목사가 1952년 6·25전쟁 고아 사진을 미국에 전하며 만들어진 단체인 만큼 비주얼 스토리텔링에 꽤 엄격하다. 컴패션 비주얼 스탠더드에 따르면 ‘모든 사진과 이야기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해야’ 한다. 또 ‘모든 사람의 이야기가 특별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절대 노출·동정·착취하지 않아야’ 한다.

본부뿐 아니라 현지 활동가에게 적용하는 ‘프로그램 필드 매뉴얼’(PFM)도 따로 있다. 사진 촬영 당시 후원 아동의 존엄성 훼손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PFM에는 사진 해상도와 배경, 자세와 찍는 절차, 후원아동 복장 지침 등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컴패션 관계자는 “빈곤 포르노는 컴패션이 가장 지양하는 것”이라며 “그리스도의 마음을 반영해 빈곤 아동을 바라보고, 이들의 잠재력 발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출범 직후부터 이어져 온 원칙”이라고 밝혔다.

한국컴패션이 활용하는 사진 가이드라인 중 일부로 좋은 예와 나쁜 예가 함께 실려 있다. 한국컴패션 제공

밀알복지재단(이사장 홍정길 목사)은 시청각 자료 제작 시 취약계층의 존엄성과 인권을 가장 우선한다는 내용의 지침을 정해 실행 중이다. 이 지침에 따르면 ‘당사자와 보호자에게 반드시 사전에 촬영 내용과 활용 목적, 미디어 노출에 의한 이익 및 잠재적 위험 등을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민감하고 불편한 내용은 제작에 활용할 수 없으며 촬영 이후에도 취약계층이 불편과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수은 홍보실장은 “재단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모든 활동이 당사자에게 어떠한 해도 끼치면 안 된다는 ‘두 노 함(Do No Harm)’ 원칙에 따라 모든 사업을 수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자체 가이드라인을 넘어 비영리기구와 언론계 종사자가 현장에서 지켜야 할 원칙을 정한 사례도 있다. 2014년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를 주축으로 한 7개 국제구호개발기구는 아동인권 존중을 위한 ‘아동권리 보호를 위한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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