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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리 인상 해놓고 자금난이 시장 탓이라는 한은 총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에서 브리핑실에서 이날 열린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에 대해 설명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어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린 연 3.25%로 결정했다. 지난해 7월 제로 수준(연 0.5%)에서 불과 1년 4개월 만에 2.75% 포인트나 끌어 올렸다. 다만 지난달 빅스텝(0.5% 포인트 인상)에서 베이비스텝(0.25% 포인트 인상)으로 속도를 늦췄다. 한은이 내년 1%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은 데서 알 수 있듯 급격한 경기 하강을 반영한 조치다.

하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가 이날 “지난달 예상치 않게 부동산 ABCP 사건이 생기면서 부동산 관련된 금융시장에 불필요하고 과도한 신뢰 상실이 생겼고,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이상 급격히 올라 당황스러웠다”며 최근의 자금 경색을 시장 탓으로 돌리는 듯한 의견을 피력한 것은 유감이다. 그간 경기를 희생해도 물가를 잡겠다는 이 총재의 매파 발언과 함께 금리 인상 가속 페달을 밟았고 채권금리 급상승과 자금 경색으로 이어졌다. 작은 불씨 하나만 튀어도 큰 화재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통화정책엔 잘못이 없는데 시장이 호들갑이라는 듯한 뉘앙스로 들린다.

마침 전 세계 금리 인상을 주도해 온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이날 새벽 공개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 위원이 그간 공격적인 통화 긴축이 경제와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평가하기 위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통화정책이 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그 시차가 얼마나 되는지 불확실하다고 토로했다. 일부 위원은 기준금리 인상이 금융 시스템의 궤도 이탈 위험을 높였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가 “금리를 올리면 영향은 시차를 두고 작용한다”면서 교과서적인 표현을 동원하며 시장의 과도한 신뢰 상실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렇게 남만 탓하는 태도로 정부와 함께 자금 경색 국면을 원만하게 타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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