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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만원어치 주세요”… 투자자도 증권사도 시큰둥

증시 부진 따른 심리 위축 등 원인
즉시 매수·매도 어려운 점도 단점
“시행 초기… 더 지켜봐야” 의견도

게티이미지뱅크

주식을 1주 미만 소수단위(소수점)로 쪼개서 거래할 수 있는 ‘국내주식 소수단위 거래 서비스’가 시작됐지만 기대만큼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증시 부진이 길어지면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서비스 초기 단계인 탓에 편의성이 부족한 점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꼽힌다.

1년 만에 첫발 뗀 소수점 거래

소수단위 주식 거래는 한정된 예산으로 다양한 종목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자 하는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서비스다. 지난해 증권사들은 해외주식에 대한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앞다퉈 내놨다. 증시 호황 속에 고가 주식이 많은 해외시장에서 소수점 거래의 장점이 부각되자 국내주식에 대해서도 동일한 서비스를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이에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는 ‘국내외 소수단위 주식거래 허용방안’을 발표했고 지난 2월 정례회의를 통해 이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그러나 시행을 앞두고 소수점 주식의 세금 적용 논란이 발목을 잡았다. 쟁점은 0.1주를 주식으로 볼지, 펀드(집합투자)로 볼지 정하는 일이었다. 주식으로 분류하면 현행법상 매매 시 거래세만 내면 되지만 펀드로 분류하면 15.4%에 달하는 배당소득세를 물어야 한다. 만약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면 투자자들은 굳이 소수점 거래를 이용할 이유가 없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9월 사실상 금융투자업계 손을 들어줬다. 소수단위 주식에 대해 배당소득세와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같은 달 26일 마침내 소수단위 주식 거래 서비스가 출범했다.

우여곡절 끝에 소수점 거래가 시작됐지만 정작 서비스 제공자인 증권사부터 큰 호응이 없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은 24개 증권사 중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한화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7곳뿐이다. 서비스 출시 계획을 내년으로 미룬 증권사도 있다. 고객 유치를 위해 현금성 혜택이나 경품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곳은 NH투자증권과 KB증권 두 곳에 불과하다.

앞서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가 시작됐을 때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마케팅을 펼치던 것과 대비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국내 소수점 거래 서비스는 수익을 내는 것보다는 향후 고객들이 자사 거래 서비스를 경험해보고 연금 또는 펀드 가입으로 이끄는 상품 정도로 보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마케팅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9월 26일부터 10월 25일까지 1개월간 7개사의 소수단위 주식에 대한 투자주식 수는 2만7385주, 투자금액은 15억8000만원에 그쳤다. 국내주식 투자금액은 올해 월평균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액(약 2000억원)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준이었다. 이용자 수는 2만6000여명에 불과했다.

증시 추락에 수요 감소

시장의 반응이 미적지근한 가장 큰 원인은 증시 부진이다.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 자체가 줄어드니 자연스레 소수점 거래도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고공행진 중인 물가뿐 아니라 경기침체 우려, 강달러 현상 등으로 투자심리는 크게 위축돼 있다. 올해 초 18조2926억원이던 국내 증시 거래대금은 지난달 28일 35% 내린 11조8822억원을 기록했다. 증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올 초 71조7300억원에서 47조8300억원까지 빠졌다.

게다가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이 쪼그라들면서 국내시장에서 고가 주식이 사라졌다. 고가 주식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소수점 거래의 장점이 사라진 것이다. 올 초만 해도 국내시장에서 LG생활건강(110만4000원)과 태광산업(102만9000원) 등 주당 100만원을 넘는 이른바 ‘황제주’가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비싼 주식은 삼성바이오로직스(88만5000원)로 100만원은커녕 90만원도 넘지 못하고 있다. 주당 50만원 넘는 종목은 현재 8개에 불과하다.

소수점 거래 서비스의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소수점 거래가 적용되는 종목은 증권사마다 다르다. 예컨대 삼성증권에선 코스피·코스닥 포함 700개 종목, 신한투자증권에선 약 450개 종목 거래가 가능하다. 특히 공정거래법상 출자제한 규정이 적용되며 증권사마다 거래 불가능한 종목이 있다. 삼성증권에선 일부 삼성 계열사 주식 소수점 거래가 되지 않는다. 카카오페이증권에선 카카오 주식 거래가 불가능하다. 주거래 증권사에서 원하는 종목의 소수점 거래를 지원하지 않을 경우 소수점 거래를 위해 다른 증권사 애플리케이션을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원하는 시간과 호가로 매수·매도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도 단점이다. 소수점 주식 구매자가 모여 한 주가 형성되기를 기다렸다가 거래하는 탓이다.

다만 서비스 시행 초기인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증권업계에선 소수점 거래 투자금액이 시행 첫주 3억7500만원에서 넷째주 5억7000만원으로 소폭 늘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거래주문 건수도 조금씩 증가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이용자들이 늘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이명호 예탁원 사장은 “소액 여유자금의 주식투자 활용 등으로 투자자 저변이 확대되고 자금 유입이 증가해 증권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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