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도매가 상한제 내달 시행… 업계 반발에 정부안 일보 후퇴

구매비용 月 3000억대 절감 전망
당국, 가격입찰제 도입 방안 검토

한국전력공사가 4분기 부터 적용되는 전기요금을 8년만에 전격 인상하기로 결정한 지난 9월 23일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 설치된 전력계량기가 돌아가고 있다. 권현구 기자

한국전력이 전기를 사들이는 가격에 상한을 두는 전력도매가(SMP) 상한제가 우여곡절 끝에 다음 달부터 시행된다. 다만 민간 발전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원래 정부 구상안보다는 한 발 후퇴했다. 정부가 추진할 전력 도매시장 가격 입찰제 도입 등에도 민간 발전업계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 정책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29일 정부와 에너지 업계 등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지난 25일 규제개혁위원회를 열고 SMP에 상한을 두는 내용을 담은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개정안 안건을 수정 의결했다. SMP 상한제는 한전이 전기를 사들이는 기준 가격인 SMP에 상한을 두는 것이다. 이를 시행하면 발전사는 직전 3개월간 SMP 평균이 최근 10년 평균의 1.5배를 넘어섰을 때 전기를 이보다 비싼 가격에 팔지 못하게 된다. 제도 시행 시 한전은 전력구매 비용을 월평균 3000억~4000억원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MP 상한제 도입을 앞두고 민간 발전사들은 거세게 반발했고 결국 당초 정부안보다 한발 후퇴했다. SMP 상한제를 3개월을 초과해 연속 적용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명문화’됐고 1년 후에는 조항 자체가 일몰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당초 산업부는 지난 5월 행정예고안에서는 상한 기준을 10년 평균의 1.25배로 설정하려고 했지만, 1.5배로 상향 조정했다.


한전 적자가 눈덩이처럼 치솟는 상황에서 역대급 이윤을 본 민간 발전사가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꾸준히 나왔다. 실제 올해 실적을 보면 한전과 민간 발전사 상황은 상반된다. 한전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적자는 21조8342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적자(5조8542억원)를 3배 이상 뛰어넘었다. 반면 7대 민간발전사는 3분기까지 이윤이 1조8743억원으로, 전년(5208억원)의 3배를 넘어섰다. 액화천연가스(LNG) 직수입으로 저렴한 가격에 연료를 공급받아 높은 가격에 발전 정산금을 받으면서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연료 가격 폭등으로 반사이익을 업은 에너지 기업에 대한 ‘고통 분담’을 추진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스페인과 영국, 이탈리아는 막대한 이익을 얻은 에너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횡재세(windfall tax) 관련 세율을 높이기 시작했다. 독일도 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미국도 횡재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전력 도매시장에 가격 입찰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포함한 전기요금 산정 및 전력 수급 제도 개편을 검토 중이다. 가격 입찰제는 발전사가 각 발전사의 연료비 단가 대비 ±5~10% 범위에서 입찰가를 써내면 한전이 필요한 만큼 전기를 사들이는 방식이다. 가격 입찰제가 도입되면 발전사들 간 경쟁이 생겨 공급 단가가 내려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역시 민간 발전업계의 강력한 반발을 넘어야 한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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