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육군 총사령부 주변 파란눈 이방인의 발자취

숨겨진 보물 같은 여행지… 전남 강진

전남 강진군 넓은 들판에 둘레 1060m 정방형으로 축성된 전라병영성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 때 소실된 뒤 폐성됐으나 성곽과 옹성, 동서남북 4개 문이 복원됐다. 성 너머 하멜기념관과 그 왼쪽에 ‘성동리 은행나무’가 자리한다.

전남 강진은 들과 산, 넓은 바다를 모두 품고 있다. ‘남도 답사 1번지’로 꼽힐 만큼 문화유적지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조선시대 전라병영성 옆에는 하멜의 유적이 있고, 대표 여행지 가우도에는 새로운 즐길거리가 더해졌다.

병영은 백제시대에는 도무군, 통일신라시대에는 양무군, 고려시대에는 도강군, 조선시대에는 도강현의 중심치소(治所·고을을 다스리던 기관이 있던 장소)가 있던 곳이다. 자그마했던 병영이 전라도의 중심지역 중의 하나가 된 것은 1417년(태종 17년) 광주광역시에 자리하고 있던 전라병영성이 옮겨오면서부터다. 호남과 제주도 53주 6진을 통할한 육군의 총 지휘본부였다.

‘강진군지’와 ‘조선환여승람’에 초대 병마도절제사 마천목(馬天牧) 장군이 부임 후 성을 쌓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병영성은 당초 둘레가 561보로 세종실록지리지에 기록돼 있으나 이후 기록에서는 2820척(尺)으로 나와 있다. 따라서 병영성의 둘레는 900m 정도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보수과정을 거치면서 조금씩 넓어진 것으로 보인다.

병영성은 1555년 을묘왜변 때 불태워지는 수모를 겪었다. 이후 남치근에 의해 재건됐지만 또 화재를 겪었다. 조선 조정은 병영성을 다시 복구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에는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으나 1894년 동학농민혁명 때 소실돼 1895년 결국 폐성(廢城)됐다.

문화재청 발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병영성은 평지에 축조된 정방형의 성으로 전체 둘레가 1060m이다. 4개의 문과 4개의 옹성, 8개의 치성(雉城)으로 구성돼 있다.

병영성 주변에는 둘러볼 곳이 많다. 바로 옆에는 하멜기념관이 있다. 1666년 우리나라를 서양에 최초로 알린 ‘하멜 표류기’의 저자 네덜란드인 헨드릭 하멜(1630~1692년)을 기념하는 전시공간이다. 새 단장을 마치고 지난 11월 17일 재개관했다. 하멜 동상뿐 아니라 네덜란드의 상징물 풍차와 다양한 모습의 ‘하음이’ 조형물이 있다. 하음이는 ‘하멜의 마음’이란 뜻이다.

내부는 전라병영성, 하멜, 병영문화 3가지 테마로 구성됐다. 전라병영성 출토 유물 전시를 시작으로 17~18세기 네덜란드에서 사용된 생활용품,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린 하멜표류기 사본, 자매도시인 네덜란드 호르큼시에서 기증한 전통의상 3벌 등이 전시돼 있다.

하멜 일행이 움막을 짓고 살았던 성동리 은행나무.

일본으로 항해하던 하멜 일행 33명은 풍랑을 만나 1653년 8월16일 제주도에 표착했다. 일해은 제주도에서 9개월, 한양에서 1년 9개월, 전라도에서 11년 등 조선 땅에 13년 20일 동안이나 억류됐었다. 1656년(효종 7년)부터 7년 동안 병영에 갇혔다. 그들은 성동리 사무소 근처 수령 800년이 넘는 은행나무 아래에 움막을 짓고 살았다.

네덜란드 식으로 쌓아 빗살무늬처럼 보이는 한골목 돌담.

이 일대 마을 한골목은 옛 마을의 고즈넉함과 빗살무늬 돌담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한골목에 있는 토담들은 전형적인 네덜란드식 담쌓기를 이용해 만든 것이다. 얇은 돌을 15도 정도 눕혀서 촘촘하게 쌓고 다음 층에는 다시 엇갈려 쌓는 것이다. 한골목 아래쪽 입구 삼인리에서 산 쪽으로 올라가는 북쪽 비탈길에는 수령 500년이 넘은 비자나무가 있다.

성 반대편 하고저수지 옆에는 홍교(虹橋)가 있다. 배진천 위에 놓여 배진강다리라고도 불린다. 직사각형 화강 석재 74개를 서로 짜 맞춰 7m 길이의 무지개꼴 다리 아래 중앙에는 여의주를 입에 물고 용 한마리가 머리를 치켜들고 있다.

홍교에는 노비 유총각과 양반집 딸 김낭자의 사랑이야기가 담겨 있다. 유총각은 본디 양반의 후손이었으나 집안이 몰락해 토착부호인 김씨 집안에서 종살이를 하고 있었다. 김낭자가 유총각에게 연정을 품고 둘 사이에 아들이 태어났다. 태어난 아이는 나중에 과거에 급제해 정승이 된 유한계(유한소)다.

아래 중앙에 용머리로 장식된 홍교와 그 왼쪽에 서 있는 석장승.

홍교 입구에는 문인상과 무신상의 석장승(벅수) 2구가 세워져 있다. 1984년 누군가 몰래 가져가 버린 뒤 1990년 새로 조성된 것이다.

‘강진의 여의도’로 불리는 가우도는 최근 놀거리가 더 풍성해졌다. 모노레일이 놓여 5분이면 정상의 청자타워까지 오를 수 있다. 내려올 때는 청자타워와 대구면 사이 1㎞ 길이의 집트랙을 이용하면 바다 위를 질주하며 짜릿한 스릴을 맛볼 수 있다.

해질 무렵 가우도 풍경. 청자타워 왼쪽 아래에 모노레일 정류장이 있고 오른쪽에 출렁다리가 보인다. 바다 위에서는 제트보트가 하얀 물줄기를 일으키고 있다.

청자타워에서 청자쉼터 쪽으로 출렁다리도 놓였다. 바닥엔 격자무늬로 구멍이 숭숭 뚫려 아찔하다. 시속 70㎞로 달리는 제트보트도 운행 중이다.

여행메모
군인 상차림 유래 전통 돼지불고기
정겨운 감성 여행 ‘강진푸소’ 체험

병영면에는 돼지불고기거리가 조성돼 있다. 이곳 돼지불고기는 군인들의 상차림에서 유래한 전통 먹거리다. 연탄 석쇠에 초벌된 양념 돼지고기를 파채와 볶는다. 밴댕이젓과 토하젓, 갈치젓 등 짭조름한 밑반찬에 밥 한공기가 빠르게 바닥을 드러낸다. 맛깔스러운 한식당도 있다. 조기구이·석쇠 돼지불고기·주꾸미 숙회를 중심으로 젓갈·나물 등 20가지의 찬이 따라 나온다. 짜지도 싱겁지도 않게 절묘하게 간을 맞췄다.

강진에서만 가능한 체험도 빼놓을 수 없다. 강진군이 주관하는 ‘강진푸소(FU-SO)’는 ‘Feeling-Up, Stress-Off’의 줄임말로, 농가에 머물며 농촌의 정서와 타인과의 소통, 땀의 가치를 배우는 감성여행이자 체류형 프로그램이다. 시골 할머니 댁에 온 듯한 정겨운 감성여행을 즐길 수 있다. 예약은 누리집(www.fuso.kr)에서 받는다.

강진만 생태공원을 포함한 구강포 일대는 탐조 명소다. 강둑이 높고 생태탐방로가 철새 서식지와 가까워 큰고니 등 다양한 철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 자전거 대여 후 남포축구장-강진만 생태공원-남포교-제방 자전거도로-철새도래지(반환)로 이어지는 9.2㎞를 1시간 정도 둘러볼 수 있다.

월출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33.3㏊의 이국적인 강진다원과 인근 백운동원림, 강진읍내 사의재·영랑생가, 도암면 다산초당, 대구면 고려청자박물관·한국민화뮤지움 등도 강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강진=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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