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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제주도와 쓰레기

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플라스틱은 1907년 처음 발명됐다. 석유화학산업 발달에 따라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고 포장재, 건축자재, 섬유로 대량 소비되면서 거대한 산업을 이뤘다. 사용은 편리하기 이를 데 없지만 그 결과 플라스틱 쓰레기가 땅, 산, 호수, 바다를 오염시키며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 플라스틱 소비 사용량을 보면 그 나라의 플라스틱 오염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해마다 800만t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이는 해양동물의 생명을 위협하고 인간의 삶과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식용 소금, 생선, 새우, 굴 등에서 다량의 플라스틱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결국 우리의 식탁 위로 다시 올라오는 셈이다. 편리하지만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회용 플라스틱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살아왔다.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에 떠 있는 제주도는 쓰레기와는 거리가 먼 청정 섬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는 ‘쓰레기섬’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문제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지역이다. 2020년 제주 바다에서 건져 올린 쓰레기는 1만6000t에 이르렀다. 사람들은 이 상황을 모두 한탄하고 비판한다. 행정 당국이 잘 치워주기를 바라거나 보챌 뿐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 그러면서 매일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한다.

하지만 플라스틱 쓰레기를 없애기 위한 노력도 없지 않다. 대표적인 운동이 ‘봉그깅’이다. ‘봉그다’는 ‘찾아 줍다’는 의미의 제주어다. 여기에 쓰레기를 주우며 조깅하는 환경운동인 플로깅(Plogging)을 합친 말이다. ‘섬 속의 섬’ 우도는 면적 6.1㎢에 2000여명이 사는 한적한 곳이지만 여행객이 매년 200만명에 달한다. 이들이 남기고 간 쓰레기는 우도의 골칫거리다. 소각장이 있지만 하루 처리 용량은 1t에 그친다. 매일 우도에서만 3.2t 쓰레기가 나오는데 역부족이다. 여행객이 버리고 간 플라스틱 쓰레기는 우도는 물론 해안까지 오염시키고 있다. 이에 ‘청정 우도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 우도면 주민자치위원회 등이 우도의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유두! 우도’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유두! 우도’는 ‘당신의 실천이 청정 우도를 만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도에서는 재활용과 재사용을 기억하라’는 메시지를 방문객에게 건넨다. 투명 페트병 수거기 사용을 통해 재활용을 돕고, 다회용 컵을 재사용하는 실천을 통해 ‘일회용 컵 없는 청정 우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투명 페트병 수거기는 압축 적재하는 방식으로 8분 만에 100개의 페트병을 처리, 800개까지 수거할 수 있는 기계다. 수거기는 관광객 밀집 지역과 도항선 대합실 등에 설치·운영된다. 커피 등 음료 다회용 컵 보증금 1000원을 지불하고 컵 이용 후 기계에 반납하면 환불받는다. 그 결과 우도 내 일회용 컵은 확연하게 줄었다. 제주관광공사가 지난 10월에 펼친 해양쓰레기 팝업전시 및 스토어 ‘필터(filter-必터)’도 인상적이다. 해양쓰레기를 활용해 이호테우해수욕장의 문화콘텐츠로 개발, 코로나19로 침체된 이호동 지역을 활성화하는 프로젝트이자 제주 바다 보호를 위해 진행되는 캠페인성 전시행사다. ‘제주 바다는 우리의 놀이 ‘터’이자 반드시 지켜야 할 ‘터’, 물을 정수하는 필터 같은 의미를 담았다.

이러한 행동이 작고 하찮게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점점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일 것이 자명하다. 환경오염으로 2018년 폐쇄됐던 필리핀 보라카이 섬의 상황이 남의 일 같지 않다.

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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