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당국 “도와달라” 요청에도 채권 내다파는 보험업계… 왜?

11월에만 채권 3조4000억 순매도
퇴직연금 만기 도래… 유동성 시급
생명보험금 지급률 상승도 영향


보험업계가 ‘시장을 도와달라’는 금융당국 요청에도 채권을 내다 파는 데 열중하고 있다. 11월에만 벌써 3조원 이상 순매도했다. 연말 퇴직연금 만기 때 대규모 자금 이동이 예상되면서 유동성 확보가 급해진 탓이다. 보험업계는 향후 역마진 가능성이 있는 고금리 저축보험 상품까지 팔아 급한 불을 끄고 있는 상황이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1월 1~29일 보험업계는 채권을 3조4000억원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9조2000억원 순매수한 은행권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 기간 보험업계 채권 순매도액은 레고랜드 사태가 있었던 10월 같은 기간(2조6000억원)보다 8000억원 증가했다. 전년 동기 보험업계가 2조900억원 순매수했던 점을 고려하면 채권 순매도액은 1년 전보다 6조원 이상 증가한 셈이다.


보험업계는 초단기 자금 마련 수단으로 여겨지는 환매조건부채권(RP)도 팔아치우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보험업계 RP 순매도액은 지난 9월 9조4000억원에서 10월 10조4000억원, 11월 1~24일 12조7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 1~8월에는 월평균 RP 매도액이 6조8000억원에 불과했는데 11월에는 2배 가까이 급증했다.

보험업계가 채권 매도로 ‘실탄’을 모으는 이유는 퇴직연금 만기 도래 영향이 크다. 퇴직연금은 기업이 임직원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재직 중 쌓이는 퇴직금을 금융사에 적립해 운용하다 근로자가 퇴직할 때 연금 형태로 지급하는 상품이다. 시중 퇴직연금 규모는 300조원에 이르는데 이 중 80조원가량이 보험업계 몫이다. 퇴직연금 운용 계약 대부분은 1년짜리로 12월에 만료된다. 기업은 만료 시점에 맞춰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금융사로 갈아타는 경향이 있어 연말이면 수십조원이 옮겨 다닌다.

돈을 내줘야 하는 일이 증가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8월 생명보험업계의 월별 보험금 지급률은 117%까지 상승했다. 이는 보험사가 고객에게 내준 모든 보험금(지출)을 보험료(수입)로 나눈 지표로 100%가 넘었다는 것은 본업에서 적자를 봤다는 의미다. 이 지표는 지난 1·3·6·7월에도 각각 100%를 넘겼다.

사정이 이렇자 일부 보험사는 최근 고금리 저축보험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교보생명이 최근 연 5.8% 저축보험 상품을 내놓은 데 이어 동양생명은 연 5.95% 상품을, KDB생명은 연 6% 상품을 출시하는 방안을 각각 검토하고 있다. 이는 자금 조달 수요가 큰 보험사의 고육지책이다.

고금리 저축보험 상품을 많이 팔면 향후 금리 하락기에 접어들었을 때 운용 수익보다 고객에게 지급할 이자가 더 많아져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역마진 발생 우려가 크다는 것을 알지만 요즘 시중 금리가 급등해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를 발행하면 최소한 연 7% 이상 금리를 약속해야 한다. 저축보험 상품 금리를 높이는 것이 자금 조달 비용을 조금이라도 아끼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