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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주유소 “오늘은 넘겼지만 내일은 어찌될까요”

정유사 긴급지원으로 버텨보지만
대기 많고 대체수송 확보 어려워
시민들 만일에 대비 ‘패닉 바잉’도

1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설치된 주유기에 ‘휘발유 품절’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휘발유 공급 차질이 가시화하자 정부는 유조차로 업무개시명령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동작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씨는 1일에 겨우 영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전날 주유소 기름탱크의 재고가 10% 아래로 내려가자 ‘휘발유 품절을 붙여야 하나’라고 생각했다. 다급히 정유사에 긴급지원을 요청했고, 탱크로리(유조차) 1대를 지원받아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기름탱크를 다 채울 수 없었다. A씨는 “하루, 이틀 버틸 수 있는 양이다. 또 긴급수송을 요청해야 할 판인데 워낙 요청이 많아 대기표를 뽑아야 할 지경”이라고 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로 ‘품절 주유소’가 수도권에서 충청도, 강원도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주유소들은 긴급수송을 요청해 영업을 이어가려 하지만 대체수송 확보가 어려워 ‘하루살이’ ‘징검다리’ 영업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전국 품절 주유소는 49곳으로 전날(23곳)보다 배 넘게 증가했다. 수도권 품절 주유소는 37곳(서울 24곳, 경기도 11곳, 인천 2곳)에 이른다. 충남(9곳) 충북(2곳) 강원(1곳)에도 품절 주유소가 나왔다.

정유사들은 대체수송 확보 등으로 출하량을 늘리려 하지만 쉽지 않다. 산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주유소들은 판교 저유소에서 기름을 받는데 화물연대 파업으로 여기가 막혔다. 정유사에서도 기름 대란을 막으려고 노력하지만 기사들이 움직이지 않으니 답답하다. 일선 주유소에 대체수송을 구해보라고 요청할 정도”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주유소는 지난 29일부터 하루건너 영업을 하는 중이다. 긴급수송으로 기름을 채우면 영업을 재개했다가 떨어지면 다시 ‘품절’을 붙인다. 이 주유소는 “이틀 전에 예전 거래처를 통해 기름을 받았지만 화물연대 방해 때문인지 이 사람도 이젠 하지 않겠다고 한다. 내일이면 문을 닫아야 한다”고 전했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시민 불편은 커진다. 휘발유 품절 주유소가 잇따르자 ‘패닉 바잉’도 나타나고 있다. 매번 정액으로 5만원어치의 기름을 넣었다는 회사원 B씨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차에 기름을 가득 채웠다. 그는 “기름을 아예 못 구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겠지만 혹시 몰라서 이번에는 가득 주유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시멘트에 이어 정유, 철강 등으로 업무개시명령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공급은 공급대로 지연되고 재고 소진은 빨라지면서 피해 속도가 급속하게 빨라지고 있다. 하루빨리 정상화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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