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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이웃이 무슨 죄?… 도 넘은 주택가 시위

재계 총수 등 자택 앞 몰려들어
고성·비난… 거주민들 피해 호소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자택 앞에서 행진을 하고 있다. 이들은 GTX-C 노선의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하부 통과를 반대한다면서 지난달 12일부터 매일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반대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독자 제공

재계 총수와 공공기관장 등의 자택 앞에서 ‘주택가 시위’가 늘어나면서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울려퍼지는 고성, 비난, 선정적 문구에 노출돼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에 따르면 4일 오후 2시부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자택이 있는 서울 용산구 주택가에서 수백명이 모여 시위를 했다. 지난 12일부터 2주 넘게 매일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라는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도로에서 행진도 한다. 곳곳에서 마이크를 든 사람의 구령에 따라 “은마 관통 결사 반대”를 외치고, “함성”이라는 구호에 다함께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도로의 일부 구간에선 차량 통행이 불가능할 정도다.

이들은 GTX-C 노선의 은마아파트 하부 통과를 반대한다며 시위를 하고 있다. 정 회장에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시위를 벌이는 시간대는 직장인들이 사무실에 있을 때다. GTX 노선과 전혀 상관없는 주택가 주민들이 피해를 입는 셈이다.

일반 시민을 볼모로 기업인이나 공공기관장의 집 앞에서 ‘주택가 시위’를 벌이는 건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020년에는 적폐청산국민운동이라는 시민단체가 배드민턴장을 무상으로 지어달라며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자택 앞에서 수차례 집회를 가졌다. 같은 해 5월에는 한 시민단체가 이재용 삼성전자 당시 부회장의 집 앞에서 술을 마시며 삼겹살을 구워 먹는 이른바 ‘삼겹살 폭식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서울시에서 광역자원회수시설 후보지로 마포구 상암동 일대를 선정하자 이에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지난 9월에 오세훈 서울시장 자택 앞에서 집회를 갖기도 했다. 김혜영 서울시의원은 “건전한 집회·시위 문화가 확산·정착되기를 바란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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