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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증권 ‘깜짝 통합’ 메리츠의 메리트는?

자회사 편입은 주주가치 제고 강조
리스크 지주사까지 불똥 튈 수도
지분율 감소에도 주식가치는 급등


메리츠금융지주가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결정을 내린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현실적으로 경기침체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위험이 큰 계열사의 유동성 리스크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가업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해왔던 조정호 회장 입장에서도 지분율이 떨어졌지만 보유주식 가치가 올라간 데다 호의적 여론까지 등에 업게 됐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메리츠금융은 자회사인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 포괄적 주식 교환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증권과 화재는 상장 폐지되고 메리츠금융만 단일 금융 상장사로 남는다. 대기업들의 핵심 계열사 물적분할을 통한 ‘쪼개기 상장’이 일반적인 국내 증시에서 정반대 행보를 보인 것이다.

메리츠금융은 이번 결정 이유에 대해 주주가치 제고를 강조했다. 2023 회계연도부터 배당, 자사주 매입 소각 등을 포함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에게 돌려준다는 방침도 세웠다.


그러나 주주환원책만으로는 이번 파격적 지배구조 개편을 설명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최근 유동성 위기가 고조되는 시장 상황에서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브릿지론(사업 초기 단계 대출)’과 본 PF를 합친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비중은 지난 6월 기준 88%로 국내 주요 24개 증권사 중 가장 높았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메리츠증권은 PF 대부분이 선순위 대출인 탓에 당장 손실이 발생하진 않지만 PF 대출 유동화 통로로 활용됐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의 공급이 막히며 일시적인 유동성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건전성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점도 PF가 주요 수입원인 메리츠증권에게 부담스러운 요소다.

메리츠화재도 내년부터 새 국제 회계기준(IFRS17)과 금융당국이 준비 중인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앞두고 자본 확충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100% 자회사 체제는 계열사간 자금 조달이 용이해진다는 점에서 위험 관리에 효과적이다. 3사 모두 상장사인 상황에선 주주총회를 거친 후 자본을 이동하는 데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증권과 화재가 완전 자회사된 구조에서는 주주총회 없이도 중간배당과 유상증자를 통해 약 1주일이면 자본 재배치가 가능하다. 다만 반대로 자회사에서 위기가 커질 경우 지주사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가업 승계 계획이 없는 조 회장 입장에서도 이번 결정이 나쁘지 않다. 메리츠지주 지분율은 75.8%에서 45.9%로 줄었지만 오히려 주식 가치는 급격히 올랐다. 지난달 21일 2조5871억원이던 조 회장의 보유주식 가치는 지난 2일 3조9343억원으로 약 10일 만에 1조3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를 앞세워 리스크 관리라는 속내를 감춘 신의 한 수”라고 평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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