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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실내 마스크

태원준 논설위원


카타르월드컵 관중석 풍경은 ‘백지 시위’ 기폭제가 될 만큼 봉쇄에 갇혀 있던 중국인에게 충격을 줬는데, 그 정도까진 아니겠지만 월드컵을 보러 갔다가 문화충격을 받았다는 한국인도 많다. “공항에 내리니 마스크 쓴 사람이 나밖에 없어 슬그머니 벗었다” “마스크 쓰고 식당에 들어갔는데 왠지 나쁜 짓 한 사람이 된 것 같더라” “한 상자 싸온 마스크를 그대로 가져가게 생겼다” 하는 글이 인터넷에 잇따랐다. 세계 각국 사람들이 운집한 곳에서 이렇게 이질감을 느낄 만큼 마스크 습관은 매우 한국적인 것이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실내 마스크 전면 의무화를 아직 고수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방역 당국이 계속 망설이자 마침내 반발이 고개를 들었다.

국가 감염병 자문위원인 정재훈 가천대 교수는 지난 9월 라디오에서 “실효성이 낮아진 마스크 의무를 어린이부터 해제해야 한다. 아이들에겐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6일에는 실내 마스크 의무화 집행정지 신청을 낸 시민단체가 대구에서 “숨 쉴 권리를 보장하라”며 집회를 열었다. 대전시는 더 나아가 내달부터 실내 마스크 의무를 해제하겠다고 선언했고, 곧바로 충청남도가 동참해 같은 주장을 폈다. 여당 권성동 의원도 5일 “실내 마스크 해제를 즉시 준비하자”고 제안했다. 여기저기서 목소리가 나오자 방역 당국은 “마스크를 벗으면 감염과 사망 증가가 불가피하다”며 겨울 유행은 지나고 보자는 입장을 서둘러 내놨다. 이러기도, 저러기도 쉽지 않아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일상의 자유를 앞세워 규제를 벗어던진 서구와 방역을 앞세워 일상을 꽁꽁 봉쇄한 중국. 그 중간 어디쯤에서 실내 마스크를 부여잡고 있던 우리에게도 이제 선택의 시간이 다가온 듯하다. 자유와 방역, 어디에 더 무게를 둘 것인가. 과학이 결정케 하라지만, 자유의 값어치를 과학적으로 측정할 방법이 과연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지난 3년간 기꺼이 개인의 자유를 희생해온 한국인에게서 그것을 되찾겠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지금의 상황이 반갑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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