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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속 세상] 재해 대응 허점… 소 잃고도 외양간 덜 고쳤다

억장 무너진 산사태 복구 현장

2019년 10월 부산 사하구 구평동의 한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일가족 등 4명이 숨졌다. 사건 당시 수색 작업을 펼치던 모습을 인화한 사진을 들고 지난달 21일 현장을 찾아 함께 촬영했다. 3년이 지났지만 토사가 쏟아져 내린 산등성이에는 천막과 모래주머니 등으로 임시 조치만 돼 있다.

부산 사하구 구평동의 한 야산. 산등성이에 축구장 넓이의 녹색 천막이 펼쳐져 있고 하얀 모래주머니가 수백 개 놓여 있다. 2019년 10월 이곳 예비군훈련장 일대에선 산사태가 발생해 일가족 등 4명이 숨졌다. 희생자 유족과 재산 피해를 본 인근 기업들은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지난 2월 국방부에 책임이 있다고 최종 판단했다. 지난달 21일 방문한 이곳엔 사고 후 3년이 지났는데도 임시 조치뿐이었다. 구청 관할인 산 아래에만 사방댐이 설치됐다. 국방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산사태 보강공사 비용이 편성돼 있어 내년에 복구·예방 공사에 착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풍 힌남노로 산사태가 발생했던 경북 포항 북구 대흥중 뒤 비탈면에 지난달 20일 천막 등으로 임시 조치가 돼 있다. 포항교육지원청은 옹벽 설치 등 복구 완료 시점을 내년 6월로 예상했다. 오른쪽은 지난 9월 6일 산사태 발생 당시 모습.

지난 9월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간 경북 포항에선 절개지가 무너졌다. 어린이집 차량을 운행하는 장모(60·여)씨는 북구 대흥중 경사면 아래에 주차한 차가 흙더미에 깔려 파손되자 폐차 처리했다. 장씨는 지난달 20일 “3년도 안 된 차량인데 보상받으려 전화했더니 학교와 교육청이 서로 모른다며 떠넘겼다”면서 “보상받을 수 있는지 안내조차 없다. 자연재해라 그냥 넘어가야 하는지, 변호사라도 알아봐야 하는지 고민”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긴급 복구를 마쳤다는 학교 뒤 주차장엔 임시 울타리 외에 다른 안전장치는 보이지 않았다.

산사태가 발생한 지난 8월 10일 서울 경문고 건물과 비탈면이 겹치는 부분의 모습. 아래 사진은 지난달 30일 찾은 산사태 현장으로 3개월 넘게 지났지만 임시 조치만 돼 있다. 천막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아 곳곳에 흙과 돌덩어리가 드러나 있다.

지난달 30일 찾아간 서울 동작구 경문고 후문에도 익숙한 천막이 펼쳐져 있다. 바람이 불자 고정되지 않은 천막이 휘날리며 돌무더기와 흙이 드러났다. 건물 옆 무너져내린 경사지의 돌덩어리들은 지난 8월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경문고 측은 사고 직후 긴급 공사를 통해 폐기물을 치우고 토사가 더 흘러내리지 않도록 울타리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복구를 위한 설계에 2개월이 필요해 8일부터 본격적으로 공사를 진행한다고 했다.

포항 대흥중 뒤쪽 나무의 높이 3~4m까지 흙 자국이 남아 있다. 산사태의 규모를 실감케 한다.

35년간 산사태를 연구해 온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5일 “산사태가 발생하면 원인 찾으랴, 소송하랴 복구가 1년 이상 걸리곤 한다”며 복구보다 사전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산림청의 산사태취약지역 2만6000곳, 행정안전부의 급경사지 위험지역 1만6000곳 등 정부가 관리하는 곳이 많지만 대부분 사고는 지정되지 않은 곳에서 발생한다”며 정부 주도 재난 예방의 허점을 꼬집었다. 또 “현장을 잘 아는 지역주민이 더 빨리 위험을 알아차릴 수 있다”며 “정부와 함께 재난을 상시 감시할 수 있는 민간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이한결 기자 alwayss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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