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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빌드업’ 세계서 통했다… 조직력 한 단계 업

벤투, 준비과정 흔들림 없는 뚝심
본선 무대선 전술·용병술 유연성
강팀 상대로도 주도권 잡고 경기

백승호가 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전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0-4로 뒤지던 후반 강력한 중거리슛을 때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의 여정은 6일 브라질이란 벽 앞에서 멈췄다. 그러나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포르투갈, 우루과이 등 강팀을 상대로 보여준 적극적·주도적이고 조직적인 축구는 16강이란 성과를 내며 가능성을 봤다. 기존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새로운 축구 스타일을 세계무대에서 펼쳐볼 수 있었던 데엔 자신의 철학을 굳건히 밀어붙인 파울루 벤투 감독의 ‘뚝심’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한국은 그동안 월드컵에서 만난 강팀들을 상대로 선수비 후역습 전술을 펴왔다. 상대적 약체임을 인정하고 점유율을 내준 뒤 ‘투혼’으로 상징되는 활동량과 끈기로 상대를 물고 늘어지는 게 일반적인 접근 방식이었다. 붕대를 동여매거나 다리를 부여잡은 선수들의 안쓰러운 모습이 월드컵 하이라이트 장면을 가득 채웠던 이유다. 벤투 감독은 후방 빌드업과 전방 압박을 통해 한국이 강팀을 상대로도 주도하는 경기를 펼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혁신을 시도하려던 벤투 감독에겐 재임 기간 내내 물음표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빌드업이 세계에서 통하겠느냐, 쓰는 선수만 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벤투 감독은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축구를 밀어붙였다. 대표급 선수들을 추린 뒤에는 선수 면면을 크게 교체하지 않으면서 전술을 선수단에 이식했다. 4년간 집요할 정도로 같은 축구를 반복 학습해 얻어진 조직력은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의 팀에 대한 자신감과 신뢰로 발현됐다.

우루과이와의 1차전에서 이 자신감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4년 동안 합을 맞춘 한국 선수들은 상대에 위축되지 않고 경기를 주도했다. 박찬우 MBC 해설위원은 “선수들이 ‘주도하는’ 축구에 오랜 시간 적응하며 확신을 가졌기에 소극적이었던 우루과이를 상대로 잘할 수 있는 걸 더 잘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준비 과정에서 다소 고집스러웠던 벤투 감독은 막상 본선 뚜껑이 열리고 난 뒤엔 전술적 유연성까지 발휘했다. 월드컵에서 한국은 예선 때처럼 빌드업과 점유율만 추구하지 않았다. 위험에 노출될 경우 변칙적으로 후방에서 전방으로 뿌리는 롱패스도 활용했다. 붙박이처럼 뛰었던 황의조가 부진하자 조규성을 전격 선발 투입했고, 그동안 쓰지 않았던 이강인도 조커로 활용하는 등 선수 기용도 다채롭게 변용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벤투 감독의 유연하고 다양한 용병술과 전술이 빛났던 월드컵”이라고 평가했다.

벤투 감독과의 계약 기간은 끝났지만 우리도 월드컵에서 공격적인 축구를 할 수 있다는 점은 선수단에 유산처럼 남을 듯하다. 장기간 꾸준히 준비한 팀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증명한 점도 이번 월드컵의 성과다. 김대길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본인의 축구 철학을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갔다는 점이 벤투 감독과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의 공통점”이라며 “위기가 있었던 벤투 감독에게 4년이나 직을 보장해줬다는 점이 우리에게 큰 어드벤티지가 됐다”고 말했다.

이동환 권중혁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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