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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동철 칼럼] 화물연대가 섬멸 대상인가


14일째 파업으로 손실 커지는데
정부의 강경 일변도 대응으로
해법 실마리 못 찾고 있어

지난 6월 약속한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과 적용 대상 확대
불이행이 파업 근본적인 원인

일몰 3년 연장으로 급한 불 끄고
대상 확대는 국회 중심으로
추후 논의하는 선에서 타협하길

화물연대 파업(집단 운송거부)이 7일로 14일째다.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화물차주들의 복귀가 늘고 있지만 파업이 길어지면서 물류 차질에 따른 손실이 불어나고 있다. 대내외 경제 환경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 더더욱 걱정스러운 게 대다수 국민들의 심정일 것이다. 정부와 국회, 화주와 화물차주 등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들이 조속한 사태 해결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텐데 돌아가는 상황은 그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사태 해결에 앞장서야 할 정부는 화물연대와 대화의 문을 걸어 잠근 채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파업 6일째인 지난달 29일 시멘트 운송차량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고 불응할 경우 운송 면허 정지 및 취소, 유가보조금 지급 대상 제외 등 각종 불이익을 주겠다며 압박의 강도를 연일 높여가고 있다. 파업 전 제시한 ‘안전운임제 일몰 3년 연장’ 외에는 더 이상 들어줄 게 없다며 화물연대의 교섭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법치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 “불법행위와 폭력에 굴복하면 악순환이 반복될 것”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켜내는 것”이라며 정부의 강경 대응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화물연대를 엄단해야 할 범죄단체나 끝까지 섬멸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듯하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 기본권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편향된 인식이다. 다른 화물차주의 운송을 부당하게 방해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등의 불법 행위는 당연히 엄단해야 하지만 화물연대의 파업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우리나라가 비준해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제87조(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는 화물차주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권과 교섭권을 보장하고 있다. 정부가 발령한 업무개시명령도 제29조(강제 의무노동에 관한 협약)에 위배돼 무효라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을 ‘불법 파업’ ‘정치 파업’으로 규정하고 공권력을 총동원해 화물연대로부터 항복 문서를 받아내겠다고 작심한 것 같다.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정당한 활동까지도 불온시해 탄압하던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극소수 강성 귀족노조 수뇌부가 주도하는 이기적 집단행위”라고 비난했는데 정말 그러한가. 한국교통연구원이 조사해 지난 2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안전운임제가 적용되는 컨테이너 화물차주의 순수입은 지난해 월평균 373만원, 시멘트 화물차주는 424만원이다. 고용노동부의 지난 6월 실태조사에 따르면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적용 확대를 요구한 자동차·곡물 운송 차주의 월평균 순소득은 408만원과 405만원이다. 지난 9월 기준 상용직 1인 이상 사업체의 전체 근로자 1인당 임금총액(세전)이 408만5000원, 이 가운데 300인 이상 사업체의 1인당 임금총액은 634만2000원이었다. 화물차주들의 월평균 업무 일수가 23일 이상이고 일평균 운행 시간이 12시간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결코 고소득자라고 할 수 없다.

화물연대의 요구는 적정 운임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줄이자는 취지로 도입한 안전운임제의 지속 추진과 적용 대상 확대다. 화물차주들의 노동조건과 직결되는 사안들이고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종료 당시 정부가 약속한 내용들이다.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당시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는 △국회 원 구성 완료 즉시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시행성과를 국회에 보고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 및 품목 확대 논의 △화물차주 유류비 부담 완화 위한 유가보조금 확대 검토 및 운송료 합리화 지원·협력 △즉시 현업 복귀에 합의했었다.

화물연대 파업은 후속 조치 이행에 손을 놓다시피 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이제라도 합의 사항 이행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합의 이행을 외면하고 공권력을 앞세워 화물연대의 백기 투항만 요구한다면 노정 갈등을 키울 뿐이다. 정부는 화주단체와 화물연대 사이에서 공정한 중재자가 돼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와 화물연대가 조금씩 물러나 조속히 타협점을 찾기를 바란다. 정부가 제시한 안전운임제 일몰 3년 연장으로 급한 불부터 끄고 적용 대상 확대 여부 등 다른 쟁점은 추후 국회에서 논의하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는 건 어떨까.

라동철 논설위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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