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좀 빼라’ 교사 울리는 교원평가, 손질 요구 빗발

교원능력평가제도 개선 시급
실제 수업 평가보다 ‘품평’ 일색
익명성 뒤에 인신공격 비일비재


세종의 한 고등학교에서 불거진 교사 상대 성희롱 논란을 계기로 교원능력개발평가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교육 현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원평가로 인신공격 등의 피해를 입은 교사에 대한 보호장치가 없을뿐더러 이런 현실은 도입 취지도 퇴색시킨다는 지적이다.

서울 동작구의 고교 교사 A씨는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11월은 교사들 사기가 떨어지는 시기”라고 입을 뗐다. 매년 10월쯤 실시되는 교원평가의 결과가 이 무렵 나오는데, 실제 수업에 대한 평가라기보다 교사에 대한 ‘품평’ 일색이라는 것이다. A씨는 “한 동료는 ‘선생님 너무 뚱뚱하다. 살 좀 빼라’는 서술형 평가를 받았다”며 “그런 평가를 보고 나서 어떻게 학생들이 있는 교실에 다시 들어가겠나”고 토로했다.

이처럼 학생이나 학부모가 교원평가의 익명성 뒤에서 인신공격이나 폭언을 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이 제보를 받아 공개한 피해 사례에 따르면 한 중국어 교사는 학부모로부터 ‘제발 수업시간에 딴 거 하는 애들 신경 쓰지 마. 네 과목보다 더 중요한 거니까’라는 폭언을 들었다. 지난달엔 한 인터넷 카페에 ‘출산을 앞두고 학교를 떠나왔다. 교원평가 서술형 답란을 확인했는데 바라는 점을 적는 난에 한 명이 ‘유산하길’이라고 썼더라’는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교원평가 점수를 무기 삼아 교사를 협박하는 일도 있다. 경기도 용인의 한 초등학교 교사 B씨는 “수업태도를 지적받은 학생이 교사에게 ‘그럼 난 교원평가 (객관식) 점수를 낮게 줘버리겠다’고 한 경우도 있다”며 “실제로 해당 교사는 5점 만점에 4.5 정도를 유지하곤 했는데, 그 직후 평가에서 2점대 후반의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교원평가 결과를 열어보지조차 않는 교사들도 부지기수다. B씨는 “평가를 한다는 건 뭔가 개선해서 발전시키겠다는 목적 아니냐”며 “워낙 상처받는 일이 많다 보니 이젠 아예 결과를 보지 않는 교사들이 대다수”라고 했다.

교육부가 세종 성희롱 사건을 계기로 필터링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교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단순 욕설만 걸러내서는 피해를 막을 수 없다는 얘기다. 전국초등교사노조 관계자는 “성희롱처럼 중대한 사안에 대해선 교육부가 책임지고 엄정 대처하고 교사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피드백 자체는 필요하지만, 평가 문항을 더 다양화하고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