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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방어 체계론 못 막는다… 극초음속 미사일 잇단 개발

이란 이어 중국도 만들었다며 공개

러시아 전략로켓군 소속 야스니미사일부대원들이 지난달 18일 ‘아반가르드’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대에 올리고 있다. 러시아가 2019년 말 실전 배치한 아반가르드는 최고 마하 27(3만2202㎞/h)의 속력을 낼 수 있으며 극초음속으로 비행하는 도중에도 궤도를 바꿀 수 있다. TASS연합뉴스

장면 #1 지난달 9~13일(현지시간) 중국 광둥성에서 개최된 중국 국제항공우주박람회. ‘주하이에어쇼’로 불리는 이 행사 참가를 위해 중국의 H-6K 전략 폭격기가 인근 공항에 착륙했다. 이 장면에서 눈길을 끈 건 폭격기 날개 아래 장착된 미사일 2발. ‘2PZD-21’이란 이름의 ‘극초음속 미사일’이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 미사일로 미국의 항공모함을 타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군함에 장착해 항공모함을 공격할 수 있는 다른 극초음속 탄도 미사일(YJ-21E)도 주하이에어쇼에서 공개했다.

장면 #2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아미랄리 하지자데 우주군 사령관은 지난달 10일 취재진에 “자체 기술로 새로운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위대한 도약을 의미한다”고 밝혔다고 이란 언론이 보도했다. 하지자데 사령관은 “현존하는 모든 방공망을 무력화할 수 있다”며 “방어 시스템이 개발되기까지는 최소 10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 국방부는 일주일 뒤 이란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성공 보도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음속의 5배(1.7㎞/s·마하 5) 이상 속력을 낼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둘러싼 각국의 경쟁이 뜨겁다. 앞다퉈 개발에 몰두하는 이유는 기존의 방공망이 극초음속 미사일 공격에 거의 손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로는 이 미사일을 막기 어렵다. MD는 패트리엇 미사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공중레이저시스템(ABL) 등 여러 요격 미사일을 활용한 다층 방어시스템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이 같은 방어시스템을 무시하고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핵탄두를 탑재 할 수 있어 전장의 ‘게임 체인저’라는 평가도 받는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전술핵뿐 아니라 재래식 탄두도 탑재해 사용할 수 있는 무기”라고 설명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극초음속 활공비행체(HGV)’와 ‘극초음속 순항미사일(HCM)’ 두 가지로 나뉜다. HGV는 탄도미사일처럼 대기권 밖으로 비행한다. 하지만 고점에서 중력에 따라 낙하하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대기권에 진입한 뒤 자유 기동하며 목표물로 비행한다. 성능에 따라 음속의 20배가량 또는 그 이상 속도를 낼 수 있다.

HCM은 포물선을 그리는 HGV와 달리 순항미사일처럼 낮은 고도로 비행한다. 공기를 흡입하는 방식의 스크램제트엔진을 장착해 속도를 높인다. 기존 순항미사일의 최고 속도는 마하 0.72인 반면 HCM은 이론적으로 마하 15까지 속력을 낼 수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의 실전 배치를 가장 먼저 끝낸 곳은 러시아다. 러시아는 2019년 말 극초음속 미사일 ‘아반가르드’를 실전 배치했다고 밝혔다. HGV 방식의 아반가르드는 마하 20~27의 속도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HCM 방식의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실제로 사용했다. 인테르팍스통신에 따르면 지난 3월 19일 킨잘이 우크라이나 남서부 이바노프란키우스크주 멜라틴의 지하탄약고를 폭격했다. 러시아는 지난 10월 26일 정례 핵훈련에서 또 다른 HCM ‘지르콘’의 발사 장면 영상을 공개했다.

미국은 러시아보다 한발 늦다. 내년 여름 실전 배치를 목표로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 국방성 고등기술연구소(DARPA)와 육군이 4종류의 HGV를 개발하고 있다. 해군도 함정에서 발사할 수 있는 극초음속 공격용 순항미사일(HACM) 1종류를, 공군도 HCM 4종류를 개발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내년 극초음속 미사일 관련 예산으로 올해보다 9억 달러 늘어난 47억 달러(약 6조2157억원)를 미 의회에 요청했다고 폭스뉴스가 보도했다.

북한은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어느 정도 마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1월 5일과 11일 자강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미사일이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HGV 방식의 화성-8형을 1000㎞ 떨어진 수역의 목표에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 국방부는 “북한이 주장한 미사일 사거리, 측면 기동 등의 성능은 과장됐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4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정례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관련 기술을 해킹으로 훔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일본도 움직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달 16일 일본 방위성이 2030년대 초반 배치를 목표로 사거리 3000㎞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2004년부터 관련 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HCM 추진 기술인 스크램제트 엔진의 원천 기술인 액체 램제트(Ram Jet)를 2007년 완성했다. 신종우 전문연구위원은 “공대지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개발이 완료되면 운용 예정인 4.5세대 전투기 KF-21 보라매에 탑재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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