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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힙당동

이동훈 논설위원


MZ 세대에 유행하는 ‘힙하다’는 표현은 힙스터(hipster·유행을 좇는 사람)에서 온 말로 핫하다, 트렌디하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힙(hip) 때문에 힙합이란 단어와도 엮이면서 기성세대 주류문화에 대한 편입을 거부한다는 뉘앙스도 풍긴다. 최근엔 힙이 지역 이름과 합해져 MZ 세대가 주도하는 상권을 뜻하는 ‘접두어’로 사용된다. 종로통과 달리 도매시장이나 인쇄업체가 밀집해 젊은이 문화와는 거리가 멀었던 을지로가 ‘힙지로’로 탈바꿈한 게 대표적 사례다. 옛날 건물을 부수지 않고 카페 음식점 등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레트로(복고풍) 문화다.

‘떡볶이 골목’으로 유명한 서울 중구 신당동도 힙지로 뒤를 이어 ‘힙당동’으로 면모를 바꾸는 중이다. 지하철 2호선 신당역 1번 출구에서 황학동 쪽으로 가는 서울중앙시장 일대로, 2010년대 후반 쌀가게를 리모델링한 빵집 ‘심세정’을 필두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힙지로처럼 오랜 건물 인테리어만 바꾼 가게들이 젊은이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아직은 낮에는 여전히 쌀가게 주방가구점 등이 전통 상권을 쥐고 있지만, 밤에는 젊은이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둘씩 카페 조명을 찾아 모여들기 시작한다. 홍대 앞이나 강남역 일대가 1970~80년대부터 젊은이들의 낭만의 거리에서 원조 핫플레이스로 발전한 것과 차이가 있다. 힙지로와 힙당동은 옛 서울의 중심 상권을 MZ 세대가 리모델링했다는 측면에서 보면 주류문화에 대한 편입 거부를 넘어 주류문화의 창조적 파괴라고 해야 걸맞을 듯싶다.

정부가 집중 지원하고 있는 36개 청년몰 입주 점포 672곳 중 3분의 1가량이 문을 닫았다. 또 지난해 4분기 서울 소도심 전체 공실률은 10%를 웃돌았다. 반면 성수동 청담동 등 MZ 세대가 자주 가는 골목상권 공실률은 지난해 0%를 기록할 정도로 부동산 경기 침체와는 다른 모습이다. MZ 세대의 골목상권 재창조는 혈세를 뿌려가며 억지로 전통시장 살리기에 나서고 있는 정부의 정책이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동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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