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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에 밀려… 김치·인삼 재단 만들자는 국회

공공기관 신설 법안만 74개 발의
기존 350곳과 상당수 업무 중복
국회 상임위 보고서도 비판적 의견


현재 350개인 공공기관을 더 늘리자는 내용의 법안이 74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공공기관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는데 국회에서는 지역구와 유관단체의 민원성 법안을 우후죽순 발의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기관 신설 법안 중에는 ‘이순신재단’ ‘김치·인삼·태권도 세계화진흥재단’ 설립 등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따르는 제안도 상당수다.

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등록된 법안을 보면 김치산업진흥원, 이순신재단, 한복진흥원 설립 등 공공기관 신설 관련 법안은 74개다. 발의된 법안에서 대부분 기관은 현재 있는 기관들과 업무가 중복된다. ‘국립청소년통일미래원’ ‘국립자연유산원’ ‘마을공동체진흥원’ 등 공공기관으로서 역할이 모호한 경우도 많다. 정부는 이런 이유로 공공기관 신설 법안 대부분에 ‘불수용’ 검토 의견을 냈다.

국회 상임위원회의 자체 검토보고서에도 비판적 의견이 담겼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치의학연구원을 설립하자는 법안에 대해 “치의학 산업 외에도 의료산업 전반에 대한 육성 및 지원을 위한 법률이 현재 시행 중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역시 “한국보건의료연구원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이미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그 외 정부출연기관 및 국립 치과대학병원 등 다수의 공공기관에서도 관련 연구를 수행 중”이라는 의견을 냈다.

국립노화연구원을 설립하자는 법안에 대해서도 복지위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뇌연구원에서 생물학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도 고령화에 대비해 보건의료기기 연구·개발(R&D)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R&D 예산이 중복 투입돼 낭비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치산업진흥원 설립에 대한 법안을 두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검토보고서는 “기존 김치 사업을 수행하던 기관들과 사업 범위가 일부 중복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복진흥원 신설을 두고도 “한복진흥센터(기타공공기관), 한국한복진흥원(경북도출연기관)과 기능이 중복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공기관 신설 법안 중에는 이순신재단을 만들자는 법안도 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현재 문화재청 소속 기관인 현충사관리소에서 이순신 장군의 선양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별도의 재단을 설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특정 위인의 선양을 위한 공공기관 설립 사례는 없다”고 불수용 의견을 밝혔다.

2007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 당시 298개였던 공공기관은 현재 350개로 증가했다. 공공기관이 고용한 임직원은 2017년 32만3727명에서 올해 3분기 41만7745명으로 늘었고, 자산과 부채 규모 역시 증가 추세다.

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신설 법안을 살펴보면 이미 유사한 기관이 있는데도 별도로 공공기관을 만들자는 법안이 대부분”이라며 “국회의원들의 면피성 발의에 소모적인 논란만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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