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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댓글에 ‘혐오’ 58%… 대선 때보다 갈등 심각

[혐오 발전소, 댓글창] 혐오 댓글 추출 분석해보니…

158명의 생명을 한순간에 앗아간 ‘10·29 이태원 참사’ 직후 온라인 포털에 게재된 관련 기사 댓글 10개 중 6개가 혐오 감정이 담긴 ‘혐오 댓글’로 분석됐다. 참사 관련 기사 댓글 속 혐오의 비중은 코로나19와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갈등이 첨예했던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전체 기사 속 댓글에서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초유의 비극적 재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응에서 농도 짙은 혐오 감정이 포착된 것이다.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인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글들이 부착돼 있다. 이한결 기자
국민일보는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이원재 교수팀에 의뢰해 2021년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포털 네이버 정치·사회 섹션 기사(이하 네이버 기사)에 달린 1억2114만여개의 댓글과 ‘이태원 참사’ 당일(10월 29일)부터 열흘 뒤인 11월 9일까지 ‘이태원’ 내용이 들어간 기사(이태원 참사 기사)에 달린 댓글 123만여개를 분석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포털 뉴스 댓글창이 우리 사회 속 혐오를 대중적으로 전파하고 발전시키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진행됐다.

참사 직후부터 댓글 채운 혐오, 왜
댓글 분석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온라인 공간에서의 혐오 표현을 감지해 내도록 개발된 스마일게이트 AI 프로그램 ‘언스마일’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여성·가족, 성소수자, 남성, 인종·국적, 연령, 지역, 종교, 기타혐오, 욕설·악플 등 9개 카테고리로 혐오 표현을 추출, 분류했다.

국내에서 혐오 표현에 대한 학술적·법적 논의는 아직 진행 중이다. 국민일보는 이 교수팀과 진행한 이번 분석에서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의 정의를 토대로 뉴스 댓글 특성 등을 반영해 혐오 표현을 ‘어떤 집단이나 사람을 고유의 속성·정체성을 이유로 배제하거나 적대시하고 모욕·위협하는 표현, 차별이나 편견을 확산시키고 폭력을 선동하는 표현 등’으로 폭넓게 규정했다.

그 결과 이태원 참사 기사 댓글에서 혐오가 감지되지 않은 ‘비혐오 댓글’은 41.72%에 그쳤다. 혐오가 포함된 댓글이 58.27%로 절반을 넘은 것이다. 이는 참사 전 네이버 기사 전체 댓글에서 비혐오 댓글 비중이 52.34%로 더 많았던 것과 대비된다. 재난 초기 충격이나 애도 등의 반응이 먼저인 것과 달리 이번 참사에서 혐오 감정이 더 높게 포착된 건 왜일까.


댓글에서 추출된 키워드를 보면 98.8%에서 경찰이나 경찰 비판이 등장했다. 이 교수는 “이 정도면 ‘이태원 참사=경찰 문제’로 여겨졌다고 해석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피해 원인 규명과 희생자 애도가 채 이뤄지기 전에 경찰 무능 문제가 사건을 지배했다는 것이다. 참사 바로 다음 날 112 신고 녹취록이 전격 공개되고 경찰이 상황 통제에 실패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경찰은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어려웠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개 질타까지 더해지며 경찰은 참사의 책임자로 지목됐다. 명확한 대상이 등장하자 공론장은 순식간에 모두가 공격하는 장으로 변했다.

실제 이태원 참사 기사 댓글 속 혐오 종류를 보면 악플·욕설(51.12%)이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인종·국적(2.08%)과 지역(1.74%)이었다. 댓글 속 주요 키워드에서도 ‘희생자 조소’나 ‘외국인 혐오’가 포착됐다. 정부 지원금 반대, 추모 지겨움 표현 등과 같은 키워드도 있었다. 이는 정부가 사건 직후 국가애도기간을 설정하고 유족 지원금 지급을 발표하면서 사건이 빠르게 정치 이슈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치 부문의 이태원 관련 기사 댓글에서는 이념 대립이 키워드로 뽑히기도 했다. ‘댓글창’이 순식간에 정치지형에 따른 ‘공방의 장’으로 전환됐다는 방증이다.

공격은 ‘구분 짓기’에서 시작됐다

실제 댓글 내용은 어땠을까. 네이버 뉴스에 게재된 국민일보 보도 중 5개 유형의 기사를 택해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와 함께 댓글의 구체적인 내용을 분석했다. 참사 직후 한덕수 국무총리가 유족 장례 등 지원을 언급한 기사, 유족 사연을 담은 기사, 참사 현장에서 빠져나온 뒤 트라우마를 겪은 생존자의 상담기, 이태원 참사 지원을 반대하는 청원 기사, 국가애도기간이 끝난 뒤 희생자 추모 현수막을 거는 시민들에 대한 기사 등에 달린 3859개 댓글이다.

기사 내용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댓글에선 사고 자체에 충격을 표하거나 안타까워하면서도 사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과 유족, 희생자는 비방하는 패턴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일부 댓글은 이태원의 핼러윈 파티를 외국에서 들어온 정체 모를 행사라며 금지하라거나 쫓아내라는 식으로 혐오를 드러냈다. 유족의 슬픔을 비꼬고 시민의 애도 목소리를 ‘선동질’이라며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표출한 예도 적잖았다.

특히 희생자들을 ‘스스로 사고 장소에 갔던 그들’로 구분 짓는 방식으로 혐오 감정을 드러내는 표현이 많았다. 이런 댓글은 “그들의 선택으로 얻은 결과”라는 식으로 선을 그어 희생자나 유족을 ‘내 쪽’이 아니라 ‘저쪽’으로 구분해 우리 사회에서 배제하는 효과를 낳는다. 무엇보다 이런 구분과 배제는 상대를 향해 쉽게 비방할 수 있게 만든다. 홍 교수는 “희생자나 약자를 ‘진짜 희생자’ ‘진짜 약자’가 아니지 않냐는 식으로 규정해 비난하는 전형적인 메커니즘이 이태원 참사에서도 나타난 것”이라면서 “이런 방식은 우리가 희생자나 약자를 공격할 때 느낄 최소한의 죄책감을 덜어준다”고 분석했다.

지원금이나 장례비 등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과 맞물리며 유족들이 쉽게 비난의 대상이 돼버린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이런 흐름은 비단 이태원 참사뿐 아니라 다른 사회적 재난 희생자나 정부 지원을 받는 약자 등을 향해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어떤 사람들을 하나의 부류로 묶어 배제하려는 태도가 혐오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홍 교수는 “포털 댓글을 통해 재난 피해자나 약자에 대해 연민을 느끼거나 연대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를 쉽게 하는 현상은 심각하다”면서 “세월호 때 유족과 희생자를 비난할 때 쓰인 일베식 프레임이 포털 뉴스 댓글창에까지 일반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래 조민영 김성훈 나경연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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