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한마당] 공공기관장 임기 논란

라동철 논설위원


한국 정치가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는 이유 가운데 대표적인 게 내로남불 행태다. 비슷한 사안을 두고 집권 시와 야당일 때 주장과 행태가 돌변하는 게 다반사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판단하면 시시비비가 가려질 사안인데도 정치의 영역에만 들어가면 합리적 논의는 사라지고 이전투구로 빠져든다. 정치권이 집권 여부와 상관없이 합의된 규칙을 지키고 존중해야 한다는 정신이 부족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소모적인 갈등을 피하기 어렵다. 직전 정부에서 임명한 임기제 공공기관장과 임원들의 거취 문제는 어김없이 터져 나오는 단골 소재다. 정권이 바뀌었는데 공기업·준정부기관 기관장(3년)과 이사·감사(2년)의 임기가 남아 있으면 어색한 동거가 이뤄진다. 잔여 임기가 짧거나 기관장 등이 정치적 편향성이 없다면 문제가 될 소지가 적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거취를 둘러싸고 갈등이 불거지기 마련이다. 여당은 ‘알박기 인사’라며 사퇴를 압박하고 야당은 법에 따른 임기 보장을 외치는 일이 반복된다. 대통령과 공공기관장의 임기 불일치에서 오는 이런 문제점은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다. 여야 의원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여러 건 발의한 이유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3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합의하면서 별도로 여야 정책협의체를 구성해 공공기관장 임기 일치 문제도 논의하기로 했다. 예산안을 처리하고 국정조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거취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이 어느 정도 가닥을 잡으면 임기 일치 법안을 본격 논의하게 될 것이다. 공공기관의 성격, 임기제의 순기능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을 텐데 모쪼록 합의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공공기관장 임기 문제를 시작으로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을 공통분모를 늘려가야 지긋지긋한 소모적 정쟁을 줄일 수 있다. 여당과 야당이란 위치는 고정불변이 아니라 민심에 따라 바뀌어왔다. 이를 직시한다면 합의점을 찾지 못할 이유가 없다.

라동철 논설위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