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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유이상 (21) 중국서 주영삼업공사 창립… 북한 선교의 문 두드리다

북한과 직접 거래 불가능한 신분이라
미국 시민권자인 막냇동생 내외 통해
평양 양각도에 덴드로븀 농장 열어

유이상 풍년그린텍 대표가 2010년 8월 중국 단둥 주영삼업회사 창립예배에서 현장을 찾은 도림교회 성도들에게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북한의 문을 두드리기 위해 중국 단둥에 만든 회사 이름이 주영삼업유한공사다. 중국 사람들도 ‘주영(主榮: 하나님의 영광)’이라는 브랜드를 기억해 주길 바라며 상표와 상호를 주영이라 정한 것이다. 중국 내에서 주영이라는 상표가 돌아다니는 것만 봐도 영광스러울 것 같았다. 중국에서 기독교는 인정하지 않지만 한자를 쓰기 때문에 웬만한 사람은 주영의 의미를 바로 알게 된다.

‘주님의 영광이 온 세상에’라는 의미를 담아 주영이라는 브랜드로 중국에서 했던 일은 건강기능식품 제조와 판매였다. 백두산의 중국 명칭인 장백산 아래에는 인삼밭이 많은데 그 중국 인삼을 농축액으로 만들어 먹기 편하게 파우치 형태로 가공해 판매하는 일이다. 백두산 아래서 재배한 인삼을 농축한 다음, 물로 농도를 낮춰 인삼 파우치로 가공한 뒤 ‘주영’이라는 브랜드로 시판한 것이다.

처음부터 중국에서 사업을 할 생각은 아니었다. 원래는 북한에서의 사업을 구상했었다. 2000년대 초반 북한과의 직접 거래는 사실상 불가능했기에 미국 시민권자였던 막냇동생 내외를 통해 창구를 마련할 수 있었다. 제수씨는 카네기홀에서 독창회를 가질 정도로 뛰어난 성악가였는데 평양 윤이상음악제에서 ‘그리운 금강산’을 부른 것을 계기로 자주 북한의 초청을 받던 터였다.

막냇동생은 북한 선교에 관심이 많았던 뉴욕순복음교회 부목사였다. 당시 부부는 뉴저지에 농장을 구입해 어떤 작물을 재배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이었다. 북한에는 김일성화김정일화위원회라는 큰 조직이 있는데 동생이 위원회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대표가 김일성화를 재배해 보라고 권했다고 한다.

김일성화는 우리나라에서 덴드로븀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꽃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북한 교과서에서 기르는 방법을 교육할 정도로 중요한 꽃이다. 이 일로 동생 내외가 북한을 오가는 일이 잦아지게 되면서 나는 동생에게 개성공단 근처에 농장을 확보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다. 거기서 덴드로븀과 호접란 묘목을 길러 수입하면 남북협력사업으로 안성맞춤이라 판단한 것이다.

평양 양각도에 땅 1만2000평을 40년 동안 사용하는 권리를 얻어 미국 동생 명의로 온실 사업을 시작하고는 중국 단둥에 회사를 세워 북한 김일성화위원회와 합작회사를 만들게 됐다. 하지만 평양에서의 사업은 오래가지 못했다. 온실은 겨울에 24시간 난방을 해야 하는데 북한의 전력 사정이 좋지 않았다. 자가발전을 해야 한다며 추가 금전 요구도 이어졌다. 결국 평양 사업을 완전히 접게 됐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내가 직접 북한과 소통하는 데는 여러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북한 측이 소개해 준 조선족 직원을 시켜 북한 사업과 중국에 공장 짓는 일을 시작했다. 당시는 북한 미술품이 한국에 이런저런 경로로 많이 들어올 때라 북한에서 유명한 만수대 창작사 그림을 판매하기로 하고 단둥에 그림 판매점을 열었다. 그리고 단둥 압록강변 건너편 신의주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한번은 단둥에서 직원을 만난 뒤 호텔로 들어왔는데 북한 말을 쓰는 어떤 여성에게 전화가 왔다. 좀 만나자는 것이다. 순간 의아함과 불안함이 동시에 몰려왔다.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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