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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특정발언 뒤 여혐 댓글↑… “혐오해도 된다” 권리로 착각

[혐오 발전소, 댓글창] ③ 왜 이들에게 혐오가 쏟아졌나

정부서울청사 내 여성가족부 현판 모습. 연합뉴스

포털 네이버 뉴스 댓글창에서 여성 이슈 관련 댓글에 혐오 감정이 짙게 담겨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젠더 갈등이 심화한 탓도 있지만 유력 정치인 등 공인들이 관련 이슈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내놓을 때마다 혐오 댓글도 함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지도와 영향력이 큰 공인들이 대중으로 하여금 누군가를 혐오할 수 있도록 일종의 ‘라이선스’를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민일보가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이원재 교수팀과 2021년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네이버 기사 약 537만개에 달린 약 1억2000만개(사회 5000만개, 정치 7000만개) 댓글을 종합해 ‘토픽모델링’ 분석한 결과 정치·사회 부문 기사에서 ‘여성가족부폐지’ 관련 내용이 들어간 댓글 10개 중 7개는 여성 혐오 감정을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픽모델링은 다수의 댓글에서 맥락이 비슷한 댓글들을 모아 추려내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 분석 기법이다. 연구팀은 스마일게이트 AI프로그램을 활용해 비혐오(clean) 댓글을 걸러내고 나머지 댓글에서 여성·가족, 남성, 성소수자, 인종·국적, 연령, 지역, 종교, 기타혐오, 악플·욕설 등 9가지의 혐오 감정을 추출해 분석했다.

해당 기간 정치, 사회 부문 뉴스에서는 각각 20여개의 토픽이 출현했는데 그 중 하나인 ‘여가부 폐지 정책’을 언급한 댓글의 72%에서 혐오가 감지됐다. 이는 정치·사회 분야 뉴스 댓글 전체의 혐오 비율 34%와 비교해보면 매우 큰 숫자다. 코로나 기간 댓글창을 점령했던 ‘백신’ 등의 토픽에 비교하면 양이 많진 않지만 쓰여진 댓글의 3분의 2가 혐오라는 점이 두드러졌다.

크게 세 차례 여성 혐오 댓글이 폭발하는 시기가 있다. 먼저 2021년 7월, 당시 정치 사회 부문에서 ‘여가부폐지’ 관련 내용이 포함된 댓글 중 여성 혐오 댓글은 전월 대비 약 10배나 증가했다. 정치 부문만 보면 여성 혐오 댓글은 전월 대비 약 4배가 늘었다. 같은 해 1월에 비해선 약 8배가 급증한 수치였다.


이 시기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 대표로 당선된 직후로 ‘여가부 폐지론’에 힘을 싣던 때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7일 대구에서 청년 창업자 간담회 뒤 기자들을 만나 “여가부 같은 것들이 여성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안 좋은 방식이다. 나중에 우리 대통령 후보가 되실 분이 있으면 폐지 공약은 제대로 냈으면 좋겠다”며 여가부 폐지 이슈에 불을 지폈다.

이 전 대표의 이 같은 주장은 당시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국가대표 양궁 선수 안산의 ‘쇼트커트’ 스타일로 페미니즘 논란이 야기된 것과 겹치면서 여혐 댓글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이 전 대표가 이대남(20대 남성) 세력을 대표한다고 자부하면서 이들 사이의 ‘여혐’ 정서 역시 정당한 것으로 비치는 효과를 낸 셈이다.

가장 혐오의 농도가 짙었던 때는 지난 1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폐지’라는 단 일곱 글자의 메시지를 올렸을 때다. 대선을 앞두고 세대 간, 젠더 간 갈등이 치열했던 당시 한 달 동안 정치 부문 기사에서 ‘여가부 폐지’ 관련 내용으로 추출된 여성 혐오 댓글은 전월 대비 약 8배나 늘었다. 네티즌들이 윤 후보의 메시지를 기점으로 기사 댓글에 여성 혐오를 대놓고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두 사람의 발언은 비단 정치 부문뿐 아니라 사회 부문 기사의 댓글창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있던 2021년 7월 여성 혐오 댓글은 전월 대비 약 6배가 증가했고, 윤 후보의 메시지가 나온 지난 1월 여성 혐오 댓글은 4배가량 늘었다.

데이터를 분석한 이원재 교수는 12일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의 여가부폐지 발언 이후 여성 혐오 표현이 확산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공인의 발언은 대중에게 혐오해도 좋다는 일종의 권리를 준다”며 “공인이 특정 사안에 대해 발언하면 나도 비슷한 발언을 해도 괜찮다는 권리를 얻었다고 생각하는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이 혐오를 방관하거나 오히려 혐오 감정에 편승하는 것은 결국 표를 의식한 행위로 볼 수 있다. ‘혐오의 시대, 철학의 응답’의 저자이자 혐오표현을 연구해온 유민석 박사는 “정치인들이 혐오를 이용하는 행위는 당을 가리지 않고 이뤄져 왔지만 정치적으로 이렇게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은 이 전 대표가 처음이었을 것”이라면서 “반중, 반일 정서를 이용한 경우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이번엔 극명하게 젠더 갈등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정부가 페미니즘에 우호적인 행태로 20~30대 여성의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의도적으로 이대남의 지지를 얻기 위해 전략적 행태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댓글에서 포착되는 여성 혐오가 보편적인 여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해석했다. 나은영 서강대 교수는 “여성 이슈일수록 의견이 양극화돼있다”며 “여성에 대한 혐오 댓글은 페미니즘을 좋지 않게 생각하는 남성이 달았을 가능성이 크다. 모든 남성이 반대하는 것은 아니고 거부감이 강한 특정 집단이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일부 기사의 경우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에 소개되고, 집단적으로 여성 혐오 댓글이 달리는 타깃이 되기도 한다.

이 같은 혐오 반응은 남성들이 여성에 대해 우위를 과시할 수 없게 되자 일종의 방어기제로 나타난 측면도 있다. 김현미 연세대 교수는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게 여겨지던 과거와 달리 시대가 변하면서 남성이 더 이상 우월함을 나타낼 수 없게 됐다”며 “방어적 형태의 적대적 공격성이 심리적인 취약성을 나타내는 방식인 온라인 혐오표현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경연 김나래 조민영 김성훈 기자 contes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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