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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코디, 보호 중엔 해결사… 이후엔 든든한 인생 선배로

[보호종료, 새 동행의 시작] (14) 지원 끝나도 재보호하는 미국

미국 콜로라도주 애덤스카운티의 자립지원 코디네이터 브렌다 레딩(왼쪽)이 9일 카운티 사무실에서 자신이 담당하는 자립준비청년과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자립준비청년 주거지원에 필요한 서류를 함께 작성했다.

지난 9일 오전 미국 콜로라도주 애덤스카운티에 사는 자립준비청년 메리(가명·19)가 차를 몰고 카운티 정부 아동가족과에서 일하는 수전 애덤스(57)를 찾았다. 애덤스는 20명 안팎의 자립준비청년을 담당하고 있는 자립지원 코디네이터다. 애덤스카운티에서는 현재 지원 대상인 46명의 자립준비청년을 2명의 코디네이터가 분담하고 있다.

이곳의 자립준비청년들은 ‘어른의 도움’이 필요한 사안이 생기면 코디네이터 상담실을 찾는다. 메리는 이날 ‘빚’ 문제로 방문했다. 그는 만 18세였던 지난해 조기 자립을 선택해 위탁가정을 떠났지만, 이후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그사이 전기·가스 요금을 내지 못했고 고스란히 빚으로 쌓였다. 정부에서 받은 주거 지원 바우처도 지금은 신용 문제로 활용할 수 없고, 할 수 없이 남자친구의 집에 얹혀살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는 거였다.

그는 대학 진학 상담도 원했다. 메리는 방황의 시기를 거치면서 대학 진학을 희망하게 됐다. 미국에서는 자립준비청년에게 26세 전까지 교육·훈련 바우처(ETV) 형태로 최대 5년 동안 매년 5000달러(약 650만원)씩 지원한다. 그렇지만 진학 준비는 자립준비청년과 주변인들의 몫이다. 애덤스와 메리는 1시간 넘게 상담실에서 머리를 맞댔다. 어떤 학교에 진학하면 좋을지, 학비나 기숙사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지 등을 논의했다.

이처럼 애덤스의 업무는 행정상의 관리에 그치지 않는다. 자립준비청년들이 벽에 부딪힐 때마다 조언자이자 해결사로 나서는 것도 그의 일이다. 특히 청년들이 행정적·법적 난관에 부딪히게 되면 코디네이터의 조력이 필수적이다.

몇 년 전에는 애덤스가 담당하던 자립준비청년의 사회보장번호가 도용당하는 일도 있었다. 누군가 이 번호로 다른 주에서 주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이다. 이 청년은 도용된 명의로 계약된 집 때문에 유주택자로 분류됐고, 주거 지원 대상에서 탈락했다.

애덤스는 청년을 대신해 주택을 산 당사자가 그가 아님을 당국에 입증해줬다. 현재 미국에선 사례관리사가 만 16세 이상 담당 청년의 재정 상태를 매년 확인하는 등 보호기간 이들의 신용에 문제가 생기는 일을 사전에 차단한다.

복지 담당자로 33년간 일했고 코디네이터 경력만 20년이 넘은 베테랑 애덤스는 자립준비청년 지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장기적인 관계 형성’을 꼽았다. 미국에서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공식적인 지원은 만 21세에 끝난다. 연장을 하더라도 만 23세면 종료된다. 그러나 애덤스는 자립 후 인근 지역에 정착한 ‘옛 아이들’과 여전히 종종 만난다. 그중 몇몇은 40대의 중년이 돼 있다고 한다.

담당하던 자립준비청년에서 ‘업계 후배’로 변신한 에밀리(가명)가 대표적이다. 열악한 그룹홈에서 불우한 유년기를 보내던 그는 애덤스의 도움으로 좋은 위탁가정을 찾았고, 지금은 성공적으로 자립해 인근 도시에서 사례관리사로 근무하는 중이다. 에밀리는 요즘도 종종 ‘선배’ 애덤스에게 연락해 업무 관련 조언을 구한다. 애덤스는 “아직도 내게는 아이 같은 친구인데 대견할 따름”이라며 뿌듯해했다.

장기적 관계 형성을 위한 애덤스의 비결은 ‘진솔함’이다. 동시에 자립준비청년 본인의 생각과 판단을 최대한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청년들에게 특정 진로를 강요하지 않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우리가 진솔한 모습을 보여줘야 아이들이 계속 찾아오고, 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제대로 얘기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콜로라도=글·사진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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