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성장률 암초… 과감한 재정개혁·무역 다변화 나서야”

[2023 경제 전망] ‘거시경제 전문가’ 에릭 파라도 IDB 수석 이코노미스트 인터뷰

에릭 파라도 미주개발은행(ID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5일 인터뷰에서 “2023년 세계 성장률은 둔화 수준인 3%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연착륙도 가능할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IDB 제공

“올해 세계 경제는 쉽지 않을 겁니다. 성장률을 낮추는 역풍이 곳곳에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대다수 국가는 과감한 재정 개혁과 생산성 향상이 필요합니다.”

거시경제 전문가인 에릭 파라도 미주개발은행(IDB)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리서치부 총괄 책임자는 2023년 일부 세계 경제의 기술적 침체 가능성을 우려했다. 다른 국제기관이 내놓은 암울한 예측처럼 IDB 역시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5일(현지시간)과 19일 인터뷰에서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 대한 면역이 없다”고 진단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무역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2023년은 어떨까.

“불행히도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성장률이 낮을 것으로 보인다. 둔화 수준으로 간주하는 3% 밑으로 떨어질 것이다. 미국의 경우 완만한 경기 침체나 기술적 침체가 있을 수 있다. 실업률 (상승) 충격이 있을 것이다. 다만 나는 아직 연착륙이 설계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보나.

“글로벌 수준 성장률은 약간 플러스 수치가 나오겠지만, 둔화로 간주하는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유럽에 대한 직접적인 경제적 영향, 에너지와 식품 시장에 대한 충격, 인플레이션에 따른 각국의 통화정책 대응, 미국의 경제 둔화 등 성장에 역풍을 일으킬 여러 요인이 있다. 중국의 성장률 감소도 세계 성장을 낮추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 경제 전망도 좋지 않나.

“중국이 경제를 재개하더라도 성장률은 2022년 3.2%, 2023년 4.4%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 두 자릿수의 성장 시대는 이미 지났고, 6% 성장률로 회복할 가능성도 매우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 봉쇄 정책이 문제였다. 게다가 일부 기업과 지자체의 높은 부채 수준이 중국 정부에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기업의 무분별한 대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 하는 것이다. 중국은 전반적인 부채 수준이 상당히 높아 앞으로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할 위험이 있다.”

-각국이 처한 상황은 어떠하나.

“대부분 국가는 재정 조정을 요구받을 것이다. 많은 나라가 코로나19 팬데믹 대처에 따른 재정정책 후유증과 그로 인한 높은 부채 수준에 직면해 있다. IDB는 각 국가가 부채 수준을 ‘신중한 수준’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 발표를 준비 중이다. 대부분 재정 개혁이 필요하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대응을 지속해야 한다. 이와 별도로 정책 입안자들은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경제 개혁을 위해 이 순간을 활용해야 한다. 아시아의 개발도상국에 특히 중요하다.”

-재정 개혁이 저소득층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부진한 경제 성장은 특히 빈곤층과 중산층 가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현재의 인플레이션 수준은 빈곤과 불평등을 낮추려는 모든 노력을 상쇄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재정 건실화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주요 권고 사항 중 하나는 재정 지출의 비효율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예를 들어 라틴아메리카의 재정 누수는 GDP의 약 4.5%다. 따라서 국가가 재정지출 목표를 더 잘 잡을 수 있다면 사회안전망을 강화할 수 있는 추가 자원을 갖게 될 것이다. 높은 탈세 및 조세 회피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미국의 긴축은 2022년 달러 강세를 이끌었고, 그로 인한 세계 경제의 충격도 컸다. 어떻게 전망하나.

“달러 가치 상승은 나머지 국가에 추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발생시켰다. 외화 표시 부채를 더 비싸게 만들어 공공재정을 압박하고, 외부 공공자금 조달도 방해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부채가 10% 포인트 이상 증가한 한국과 같은 국가에 특히 걱정스러운 일이다. 수출 바스킷의 다양화와 같은 환율 결정 요인을 보완하는 것이 시급하다. 다만 미 연준이 긴축을 진행하고 있지만 다른 중앙은행도 긴축하고 있다. 따라서 달러가 계속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긴 어렵다.”

-미·중 갈등의 영향은 어떻게 전망하나.

“증가하는 무역 긴장으로 신흥 경제국은 추가적인 불확실성과 보호주의 정책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수출 기회로 이용할 수도 있다. 2018~2019년 중국과 미국 간 무역 긴장 기간 여러 신흥경제국은 이 상황을 이용해 미국과 중국에 더 많이 수출했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한국은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할 기회가 있다. 2023년 반도체 시장은 한국 경제에 타격을 줄 상황인 4%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동차 및 산업용 반도체 수요는 여전히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충격을 완화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한국에 조언한다면.

“국가는 더욱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요인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기업이 가능한 한 생산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은 무역과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 대한 포퓰리스트의 반발로부터도 자유롭지 않다. 나는 한국이 새롭고 전략적인 방식으로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지역과의 식량 안보나 에너지 분야 관계를 심화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에릭 파라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에릭 파라도는 2019년 3월부터 미주개발은행(IDB)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리서치부 총괄 책임자를 맡아 글로벌 경제 상황을 분석해 왔다. IDB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과 함께 3대 국제금융기구로 꼽힌다. IMF 이코노미스트, 컬럼비아 로스안데스대 경제학 교수를 역임했고, 영국 옥스퍼드대와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객원교수를 겸임하고 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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