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 사회는 수평적 공동체·주체적인 삶 모색 중”

[빅데이터로 보는 2023 키워드]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 인터뷰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은 “삶의 변화가 가속화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체감하는 데는 개인차가 크다”며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다면 각자는 더 먼저 가 있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훈 기자

‘삶의 변화가 빨라지는 시대’ ‘서로 배려하며 살아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욕망’ ‘저마다의 영역에서 고유성을 추구하려는 노력’. 국내에서 첫손에 꼽히는 빅데이터 분석가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이 제시한 2023년을 바라보는 열쇠말이다.

20년 가까이 빅데이터를 통해 한국 사회를 읽어온 그만큼 새해를 조망하기에 맞춤인 이가 없다. 그는 사람들의 일상이 담긴 소셜미디어 속 흔적을 바탕으로 인간의 행동과 이유, 욕망을 해석하는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마음을 캐는 광부)를 자처한다. 무엇을 질문하든 막힘없이 명쾌한 분석을 내놓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어 그동안 만난 기업 임원이 수천명을 넘고,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강연도 수천회를 헤아린다. ‘그냥 하지 말라’ 등 3권의 베스트셀러와 칼럼, TV 강연으로 대중에게도 친숙하다. 그에게 빅데이터는 2023년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빅데이터로 본 지금 한국 사회의 고민은 무엇인지 물었다.

-새해마다 반복되던 금연 같은 각오의 키워드는 요즘도 등장하나요.

“금연 절주 독서는 늘 올라와요. 전체 흐름을 봤을 때는 주체적인 삶, 더 나아가서 공동체에 대한 인식, 지속가능성, 환경에 대한 관심이 2015년부터 저희 데이터에 꾸준히 올라가고 있어요. 반대로 회식 같은 경우는 2016년부터 계속 빠지고 있고요. 경향성은 명확합니다. 좀 더 자신을 잘 챙기고 상대를 존중하는 수평적인 공동체로 가려는 시도죠.”

-변화를 가속시킨 촉매는 코로나19였죠. 재택근무와 비대면 회의 같은 출퇴근의 변화가 ‘조직보다 나’를 우선순위에 놓게 되는 관계의 변화를 이끌어냈다고요.

“지금 한국 사회가 가장 고민하는 게 관계의 문제 같아요. 조직을 위해서라든지, 가족으로 인해서라든지, 공동체 때문에라든지, 관계는 의사결정에 굉장히 중요한 인풋이잖아요. 회사에 묶여 있고 뭉쳐 있으면 나도 모르게 그 관계성에 좌우돼요. 제가 들은 얘기 중에 ‘상무님이 기분이 좋아 보였다. 나도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기분이 나빠졌다’가 있어요. 기분이 좋아진 이유를 깨닫고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온 거죠. 팬데믹이 컸어요. 멈출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나는 나’라는 독립적인 생각을 도모하게 된 거예요.”

-관계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군요.

“지난주 강연에서 변화의 상수로 ‘혼자’ ‘장수’ ‘무인(無人)’을 말씀드렸어요. ‘당신은 혼자 삽니다, 당신은 오래 삽니다, 당신 없이도 사람들은 잘 살지 모릅니다’라고 했더니 그런 것보다 공동체로 복귀하라는 얘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어요. 효도와 조직에 대한 충성이 씨줄과 날줄 같은 사회의 소중한 구성 요소이기 때문에 그게 이완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거죠. 그 말씀이 옳아요. 그런데 변화가 관찰된다면 어떻게 현명하게 합의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두 번째로 서로 배려하면서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욕망을 언급하셨는데요.

“각자가 소중하고 누구나 서로를 존중하길 바라죠. 그런데 그 존중에 대한 기대가 미치지 못했을 때 감내할 것이냐 아니냐는 역학이거든요. 부장님이 ‘점심 먹으러 가지’ 했을 때 ‘네, 가겠습니다’가 있고 ‘전 도시락 싸왔는데요’가 있어요. 1번은 어쨌든 부장님의 심기를 거스르면 안 될 때예요. 2번은 ‘난 회사 그만둘 거야’예요. 예전에는 1번이 유일한 방식이었다면 사회의 유동성이 커지면서 2번이 등장한 거죠. 이제 내가 움직일 수 있고 연공서열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어요. 역학 자체가 균등해지는 거죠. 그에 따른 평등함과 존중이 따라오게 된 겁니다.”

-이런 경향이 빅데이터에서는 어떤 키워드로 나타나나요.

“‘퇴사 파티’ ‘도비 이즈 프리’(영화 ‘해리포터’에서 집요정 도비가 주인에게서 풀려난 뒤 ‘도비는 자유예요’라고 한 대사) 같은 게 올라와요. 지금의 20대는 앞으로 3개 이상의 직업과 십여개의 직장을 거치게 될 거예요. 조직은 더더욱 동적으로 바뀌어요. 공채제도가 와해되기 시작했잖아요. 열심히 가르쳐야 하는 신입사원이 아니라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이 입사해요. 서로 배려하는 대등한 관계를 점점 더 원하는 사회가 돼가는 거죠.”

-세 번째로 제시하신 게 각자의 분야에서 고유성을 추구하는 노력이에요.

“4~5년에 걸쳐 확장된 현상이에요. 매스미디어의 종말, 그게 출발이었어요. 예전에는 공영방송 몇 개가 전부였지만 지금은 SNS의 시대죠. 각자가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 본인을 설명할 것인가가 중요해졌어요. 각자의 콘텐츠는 그가 가지고 있는 열망 경험 재능이 합쳐진 결과물일 거고요. 결국 고유함으로 흐를 텐데, 이건 굉장히 어려워요. 그동안 창작을 기능의 문제로 격하했던 부분이 있었거든요. 그림을 보고 ‘잘 그렸네’ 했단 말이죠. 중요한 것은 잘 그리는 기능이 아니라 착안과 철학이거든요. 웹툰 배경을 칠하는 걸 이젠 소프트웨어가 해줘요. 기능은 대행되거나 협업되고 유니크함, 고유함, 남다른 생각이 더 존중받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노동이 끝나가는 것은 기쁜 소식이지만 공부와 노력이 더 필요한 것은 숙제라고 하셨죠.

“인류에게는 혜택인데 나에게는 재앙일 수 있어요. 웹툰 배경을 칠하던 분들은 직업을 잃는 거니까요. 강연에서 ‘앞으로 직업이 많이 없어진다는데 아이들이 걱정이에요’라고 물어오곤 하세요. 새로운 직업이 더 많이 생길 거예요. 우리가 현재 하는 일은 산업혁명 이후에 존재하지 않던 것들이 대부분이잖아요. 거꾸로 얘기하면 아이들은 문제가 없어요. 문제는 우리예요. 전환기에는 기존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문제가 되지 새 세대에게 문제는 없어요. 그래서 꼭 말씀드립니다. ‘아이들 말고 부모님은요?’”

-두려운 이야기인데요.

“2017년부터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에 관한 언급이 쭉 올라오고 있어요. 화이트칼라 사무직 자동화가 뜨고 있어요. 내가 하는 일이 엑셀하고 텍스트 집어넣는 업무면 곤란한 거예요. 난 빨리빨리 일하는데요, 그것도 곤란한 거예요. 그것보다 천천히 하는데 깊어요, 이런 일이 사라지지 않고 남는 거죠.”


-그렇다면 개인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대체 불가능해지려면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하셨죠.

“확률 때문이에요. 고유함을 추구하는데 그 고유함이 국제적 경쟁력까지 갖춰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거든요. 유튜브 섬네일에 동네에서 버스킹하는 분과 ‘아메리카 갓 탤런트’ 출연자가 나란히 떠요. 그렇기 때문에 더 깊어져야 되고, 깊어지려면 숙련의 과정이 요구되고, 숙련은 본인의 애호와 투자한 연한과 비례하기 때문에 잘할 수 있는 것은 좋아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하게 된 거예요.”

-성실히, 꾸준히, 열심히가 더 이상 덕목이 아닐 수 있다고 했어요.

“우리는 상대평가의 정서가 있었어요. 김대리는 한 시간 먼저 출근하고 한 시간 늦게 퇴근하니까 그만큼 애사심이 클 거라는 거죠. 대기업에서 은퇴하신 분에게 어떻게 승진을 빨리하셨냐고 물었어요. 추석 전날 밤 10시에 상무님이 퇴근하실 때 ‘이차장 아직도 안 들어갔어?’ 그 말을 듣기 위해 4시간 동안 테트리스를 했대요. 실화입니다. 집에 끝까지 안 간 사람이 이기는 거였어요. 그런데 로봇 R대리는 집에 아예 안 갑니다. 그런 식으로는 이제 힘든 거예요.”

-요즘 어떤 키워드에 주목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자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가장 큰 이슈는 주체성이에요. 주체성은 내 삶의 주요한 의사결정을 온전히 나의 생각으로 하느냐의 여부예요. 그런데 그러기에는 영향을 받는 게 너무 많아요. 기존 가치관과의 배치 혹은 새로운 것을 수용하는 데 따른 저항 때문에 흔들림이 있어요. 다만 그 방향이 나를 중심으로 향하는 건 명확해 보여요.”

-앞서 얘기한 ‘조직보다 나’와 연결되는군요.

“그래서 최근 5년 동안 이런 흐름이 생겼어요. 내 삶이 소중하니까 사고 싶은 것을 사며 ‘플렉스’했어요. 무한대 소비는 불가능하니 퇴근 후 N잡을 해요. 소득의 파이프라인이 늘어서 파이어(경제적으로 자립한 조기은퇴)족을 꿈꾸며 5000만원 모으기, 1억 모으기를 해요. 그걸로 영끌해서 투자를 했는데 금리가 상승하면서 꿈이 깨지기 시작해요. 직장을 계속 다녀야겠네, 아니면 소비를 줄여서 짠테크. 저는 이런 좌충우돌이 모두 내 삶의 주체성을 확보하려는 몸부림으로 보여요. 그럼 이제 어떻게 주체적인 삶을 설정하고 그를 위한 역량을 갖출 것인가를 궁리해야죠.”

-개인적으로는 가치관의 액상화에 크게 공감했어요.

“변화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많은 분이 자신의 가치관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어요. 그럴 때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돌아보고, 어떻게 합의하고 있는지 현재의 삶을 지켜보고, 어디로 흘러갈지 앞으로 일어날 일을 내다보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그럼 나 나름의 철학이 만들어지거든요.”

-돌아보고, 지켜보고, 내다보라….

“은퇴를 앞둔 분들이 지금 새로운 시도를 해도 될까요, 정말 많이 물어보세요. 저는 이렇게 대답해요. ‘하세요.’ 10, 20대들에게 노년이 몇 살쯤이냐고 물어보면 예순이라고 해요. 그런데 ‘60이면 날아가겠다’ 이런 데이터가 있어요. 80대분이 쓰신 거예요. 앞으로는 삶의 연한이 120까지 갈 것 같아요. 그러면 80대의 회한도 100세에게는 어불성설이 되는 거죠. 그래서 각자의 삶을 선물처럼 만들어보자는 얘기를 꼭 드리고 싶어요.”

-위기의식을 잔뜩 불어넣고 따뜻하게 마무리하시는 건가요(웃음).

“사실이에요, 많이 남았어요. 지금부터 시작해도 뭐든지 할 수 있어요.”

권혜숙 인터뷰 전문기자 hskw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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