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군 유일 소아청소년과 “아이들 떠나지 않도록 봉사”

[인구가 미래다!] 정선군립병원 김흥건 과장

김흥건 정선군립병원 소아청소년과장이 지난 21일 한 아동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지역 유일의 소아과 전문의인 김 과장은 “아이들이 정선을 떠나지 않도록 봉사하는 마음으로 지낸다”고 말했다. 정선군 내 신생아 수는 2020년 135명까지 줄었다. 정선=이한형 기자

강원도 정선군립병원의 김흥건(67) 소아청소년과장은 지난 5월부터 정선에서 근무하고 있다. 도시 소아과 병원과 다를 바 없이 앳된 얼굴의 아이들이 진료 순서를 기다렸다. 김 과장에게 이곳을 찾는 환자들은 더 특별하다고 했다. 그는 지난 21일 “그나마 있는 아이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도록 봉사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정선군립병원은 정선에서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하는 유일한 병원이다. 소아과 전문의도 김 과장 한 명뿐이다. 그나마 2016년 보건복지부의 의료취약지 소아청소년과 지원사업 대상이 되면서 생겨났다. 소아청소년과 진료 개시 이후 지역 주민들은 아이가 아프면 이 병원을 먼저 떠올리게 됐다. 이전에는 태백과 원주, 충북 제천에 있는 큰 병원을 찾아가야 했다. 춘천에서 근무하다 은퇴 전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정선으로 왔다는 김 과장은 “정선은 소아과로 개업해서는 버틸 수가 없는 곳”이라고 했다. 아이들 자체가 너무 적어 정부 지원 없이는 버티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날 대기석에 앉아 잔기침을 하던 김가을(13)양은 “반 친구 한 명이 먼저 독감에 걸렸는데, 다음 날 저도 열이 오르고 기침이 나기 시작했다”며 “한 반이 13명이라 몇 명만 아파서 빠져도 교실이 텅 비게 된다”고 말했다. 김양의 아버지는 “내가 (정선에서) 국민학교 다닐 때는 한 학년에 50명씩 10개 반이 있었는데,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고 했다. 독감 증세로 조퇴했다는 김원재(14)군은 학교 친구를 병원에서 마주쳤다. 김군은 “소아과가 이곳밖에 없다 보니 병원에 오면 마주친다”고 전했다.

정선은 1980년대 중반까지 탄광산업 호황에 힘입어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탄광산업은 이후 사양길을 걸었고, 2004년에는 지역을 대표하던 동원탄좌가 완전히 문을 닫았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강원랜드를 유치해 지역 부흥을 모색했지만 저출산 고령화 추세는 막지 못했다. 현재 카지노는 북적이고 사북 읍내에는 전당포가 수십개씩 늘어서 있지만,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키즈카페나 학원 등은 찾기 어렵다.

한때 14만명에 육박했던 정선군 인구는 현재 그 4분의 1인 3만5000명 수준으로 줄었다. 게다가 ‘소멸’은 현재진행형이다. 2004년부터 어린이집을 운영해 온 김정희(56)씨는 “156명 정원의 어린이집인데, 올해는 원생이 98명까지 줄어 처음으로 세 자릿수가 깨졌다”고 한탄했다. 2014년 243명이던 정선군 내 신생아 수는 2020년 135명으로 줄었다.

소아청소년과가 자생하지 못하는 지역은 정선만이 아니다. 2022년에는 전남 진도군의 진도전남병원이 의료취약지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 여기 주민들 역시 군내에 소아청소년과가 없어 아이가 아프면 왕복 1시간 이상 떨어진 목포나 광주 등을 찾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진도전남병원은 현재 전문의와 간호사를 충원하고 진료에 필요한 설비를 갖추는 등 개원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개원은 오는 7월로 예정돼 있다.

진도전남병원을 운영하는 남우의료재단의 김도균 대표는 “아무리 인구 유입이 될 만한 사업을 유치하더라도 아이들의 교육과 의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젊은이들은 정착하지 않는다”며 “지역 저출산·고령화 극복을 위해 양육 저변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선=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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