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제 ‘상저하고’ 전망… 내년까지 침체 장기화 우려도

1%대 저성장…‘경제 한파’ 예고

올해 한국 경제는 수출 둔화와 내수 부진 등 영향으로 1%대 성장률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1일 부산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올해 한국 경제는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1%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위축되면서 한국 경제의 대들보인 수출이 감소하고, 고금리 등으로 민간소비가 둔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기획재정부는 민간소비(4.6%→2.5%)와 설비투자(-1.8%→-2.8%)뿐 아니라 수출(6.6%→-4.5%)까지 모두 곤두박질치는 ‘트리플 침체’에서 당분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정부는 지난 21일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1.6%를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6월 내놓은 전망치(2.5%)보다 0.9% 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정부뿐 아니라 한국은행(1.7%) 한국개발연구원(KDI·1.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8%) 등 주요 기관과 국제기구도 모두 1%대 성장률을 제시했다.


한국 경제가 2%가 안 되는 성장률을 보인 것은 1960년 이후 네 차례뿐이었다. 오일쇼크가 한국 경제를 덮쳤던 1980년(-1.6%),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0.7%)이었다. 정부는 긴장의 끈을 더 바짝 조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한국 경제가) 경기 침체의 경계에 있다”고 했다.

상반기 대응 총력전

정부는 올해 한국 경제가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본다. 추 부총리는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상반기는 평균보다 좋지 않고, 하반기에 좀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도 한국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하반기 2.3%에서 올해 상반기 1.3%까지 내려갔다가 하반기 2.1%로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에는 각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수출·투자 등의 부진이 계속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긴축 행보가 멈추는 하반기에는 경기 심리가 다소 살아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황과 중국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정부는 이런 경기 전망을 반영해 상반기 경기 상황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일단 최대한 재정을 앞당겨 투입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중앙부처 주요 사업 예산의 65%를 상반기에 앞당겨 집행하고, 63조원 규모로 잡힌 공공기관 투자액의 55%를 상반기 중 쏟아붓기로 했다. 또 금융시장 안정과 부동산 시장 연착륙 등 안정적인 거시경제 관리에도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경기 둔화 대응 차원에서 올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 입장은 강경하다. 추 부총리는 “현재 정부가 예측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경기 흐름을 보인다면 추경 편성은 현재로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국가재정법에 추경은 전쟁, 대규모 실업, 경기 침체 등 정말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 고려할 요소이지 잠재성장률보다 (성장률이) 낮아진다고 해 추경을 검토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위기 관리와 동시에 금융·세제·규제 완화로 민간에서 새로운 도약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는 올해 투자분에 대한 세액공제율 상향(3%→10%),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50조원 지원, 수출 무역금융 360조원 배정, 반도체 산단 추가 조성 등 굵직한 지원책이 담겼다. 규제 지역 내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금지를 풀고,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느슨하게 하는 등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한 대책도 포함됐다.

L자형 침체 가능성도

한국 경제가 하강한 뒤 반등하지 못하고 하락 국면이 예상보다 더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기 반등의 전환점이 마련되면서 완만하게 회복 국면으로 넘어가는 ‘U’자형이 아닌 경기침체가 2024년까지 이어지는 ‘L’자형 경기 추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단 한국 경제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수출 전망이 비관적이다. 이미 무역수지가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최장기간 적자 행진을 이어간 데 이어 올해에도 수출 및 무역수지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뒤따른다. 전 세계적인 가계 구매력 위축에 따른 소비 부진이 불가피한 탓이다. 민간연구소 한 관계자는 “주요국의 경제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2024년은 돼야 수출 및 무역수지가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비·투자·고용 등 실물경기 위축 국면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그동안 한국 경제 수축기가 평균 18개월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올해 1분기(1~3월)에 본격화하는 경기 부진이 2024년 2분기(4~6월)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누적된 가계와 기업 부채는 대출 금리 상승, 신용리스크 확대 등과 맞물려 경제 위기의 최대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단기 정책 대응에 적극 나서는 동시에 중장기 성장잠재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정부는 3대(노동·교육·연금) 구조개혁과 3대(금융·서비스·공공) 경제혁신으로 저성장 국면을 정면돌파한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신성장 4.0 전략’ 등 새로운 성장동력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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