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마을 지키는 ‘5형제’… “이웃 덕분에 웃으며 살아요”

[인구가 미래다!] <1부> 아이 울음소리 사라졌다 ① 저출산 위기, 그 속의 희망

지금 한국의 인구는 비탈길을 미끄러져 내려가는 중이다.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진 지방에선 지역 자체가 소멸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돈다. 이미 2020년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보다 많은 데드크로스가 일어났으며, 2050년쯤이면 매년 50만명 안팎씩 인구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초저출산의 덫’에 빠진 한국. 우리는 어떻게 과거를 진단하고, 현재에 대응하며 미래를 대비할 것인가. 국민일보는 연중기획으로 인구 위기 파고를 넘기 위한 길을 모색하려 한다.

전남 고흥 두원면 차수마을의 박일·김란희씨 부부와 슬하의 다섯 형제들이 밝은 표정으로 2023년 새해 소망을 적은 종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부부는 “아이들이 많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오형제는 아기 울음소리가 끊긴, 늙어가는 마을의 활력소이자 미래다. 고흥은 전국 시·군·구 가운데 소멸위험도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한 곳이다. 고흥=권현구 기자

전남 고흥 두원면 차수마을은 주말이 되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읍내에 사는 박일(47)·김란희(43)씨 부부의 다섯 아들이 할머니집을 찾아오기 때문이다. 마치 독수리 오형제처럼 ‘고흥 오형제’는 그 자체로 사람이 소멸돼 가는 마을을 지키고 있다.

김씨는 평일이면 남편과 떨어져 오형제와 읍내에서 생활한다. 아이가 한참을 걸어 버스를 타고 읍내 학교로 통학하기란 쉽지 않았다. 남편은 차수마을에서 연로한 모친과 함께 벼농사를 짓고 소를 키워야 했고, 결국 가족이 떨어져 지내게 됐다.

무엇보다 시골 마을엔 또래 아이들이 없었다. 그런데 이젠 읍내의 아이들도 줄고 있다. 김씨가 교사로 일했던 유치원도 2년 전 문을 닫았다. 아들 5명을 출산한 그도 직장이 사라지는 과정을 보며 인구 급감 상황을 체감했다고 한다. 임신을 하고 출산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2020년 5월 막내아들 명준(2)이를 가졌을 때는 인근 마을에 산부인과가 없어 차로 1시간 떨어진 순천의 산부인과로 진료를 보러 다녔고, 분만도 순천에서 했다.

오형제를 키우는 일이 때때로 버겁기도 하지만 부부는 “아이가 많아 정말 좋다”고 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주위에서 ‘힘들겠다’고 걱정했지만, 요즘엔 ‘아이들이 많아 행복하겠다’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남편 박씨는 “필요한 게 있으면 더 열심히 하면 되고, 아이들은 건강히 크기만 하면 된다”며 웃었다.

힘들 때면 넉넉한 인심의 이웃들이 힘이 됐다. 2020년 김씨와 아이들이 줄줄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땐 이웃 주민 10여명이 돌아가면서 아침마다 집 앞에 반찬거리를 두고 갔다.

김씨 부부는 “여기선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이웃 사촌들 덕에 안심하고 다섯 아이를 키울 수 있다”고 했다.

부부의 요즘 고민은 아이들 진학 문제다. 더 큰 도시에 있는 학교로 진학하기 원하면 타지로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첫째와 둘째는 읍내 고등학교로 진학을 결정했지만, 나머지 아이들이 대도시 학교에 가고 싶다고 하면 그때는 식구 전체가 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2023년 새해 소원을 묻자 둘째 성준(16)이는 “여자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고, 또래보다 키가 작은 셋째 희준(12)이는 “187㎝까지 크고 싶어요”라고 소리쳤다. 요즘 아버지가 모는 굴삭기에 빠져 있는 넷째 민준(5)이와 막내 명준이는 “포클레인이 갖고 싶다”는 바람을 말했다.

고흥=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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