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맞서려면 반도체 보조금 경쟁·우호국간 협력 필수”

[인터뷰] 크리스 밀러 미국 터프츠大 교수

크리스 밀러 미국 터프츠대 교수는 지난달 14일 인터뷰에서 “미국의 반도체과학법 시행으로 중국의 주요 경쟁자가 장벽에 직면하게 되면 한국 기업은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밀러 교수 제공

“중국의 반도체 보조금은 방대하고,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보조금에 대응하는 유일한 방법은 (각국의) 보조금 지급일 수 있습니다.”

크리스 밀러 터프츠대 교수는 국방 기술의 미래가 첨단 컴퓨팅 파워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보조금을 앞세운 중국의 반도체 정책에 대한 대응 전략은 기술적으로 앞서 나가는 길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를 위해 우호국 간 협력을 강화하고 인력 양성과 연구·개발(R&D) 투자 등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밀러 교수가 최근 출간한 ‘칩 워’(Chip War·반도체 전쟁·사진)는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 ‘올해의 경영 서적’에 선정됐다. 지난달 14일과 18일 그와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책을 쓴 이유가 무엇인가.

“중국이 석유보다 반도체 수입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반도체가 거대 기술기업의 부상, 세계화의 형태, 군사력의 균형과 같은 세계적 추세를 이해하는 열쇠를 제공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이 칩 제조 기술을 발전시키고 군사 시스템에 배치할 것을 우려해서다. 국방 기술의 미래는 컴퓨팅 파워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이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교육하는 방대한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특히 중요하다. 군사 시스템에 AI가 점점 더 많이 적용됨에 따라 반도체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차세대 군사 시스템에서 첨단 반도체는 결정적으로 중요해졌다.”

-미국의 목표는 무엇인가.

“중요한 제품에서 위험할 정도로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것, 중국이 군사 발전에 필요한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것 두 가지다. 중국이 최첨단 반도체를 제조하고 국방 목적으로 배치하는 방법을 배우면 군사력 균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은 군사적 목적으로 반도체를 개발하며 영향력을 키웠고, 대만이 중국의 침공 위협을 받으며 반도체 공급 안전성 우려도 부상했다.”

-미·중 디커플링이 진행된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미국은 중국과 완전히 분리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나머지 세계도 중국과 경제적으로 긴밀히 연결된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미국은 여전히 상당한 양의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장비 및 설계 소프트웨어를 중국에 공급하고 있다. 우리 임무는 중국에 대한 경쟁 우위를 유지하고, 대만에 대한 중국의 공격을 저지하는 동시에 비용이 많이 드는 방식의 경제 관계가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반도체 경쟁의 경제적 충격은 어떻게 보나.

“수출통제 조치는 필연적으로 비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지난해 조치는 가능한 한 제한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됐다. 첨단 반도체 제조에서 중국의 진전을 중단할 뿐 저기술 반도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미국과 대만 기업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중국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와 같은 메모리 분야 주요 경쟁자가 큰 장벽에 직면하게 돼 한국 기업은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반도체과학법을 통한 보조금은 미국 기업뿐 아니라 외국 기업에도 제공된다.”

-TSMC 설립자 모리스 창은 세계화와 자유무역이 죽었다고 말했다.

“나는 이 사안에 대해서는 그가 틀렸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외부 세계와 중국의 관계에서만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 이 요인 외에 세계화는 계속된다. TSMC는 일본과 미국에 새로운 시설을 짓고 있다. 이것이 세계화의 또 다른 사례가 아니고 무엇인가.”

-보조금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동의한다. 하지만 가장 큰 과제는 한국 대만 미국 등의 보조금 경쟁이 아니다. 후발 반도체 업체에 그 어느 나라보다 많은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중국과의 보조금 경쟁이다. 이상적인 세상에서라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데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중국의 보조금이 방대하고 점점 커지고 있어서 다른 국가들이 이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정치인이 중국산 반도체에 대한 반덤핑 조치 등 논의에 나설 가능성이 있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보조금은 중국 보조금에 대한 유일한 대응수단일 수 있다.”

-반도체 전쟁에서 미국의 동맹 전략은 무엇인가.

“우호국 간 협업이 필수적이다. 한국 미국 일본 대만 정부가 서로의 이익과 기업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간 정보 교환은 효과적인 정책을 만드는 데 매우 요긴하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해 수출통제를 발표하면서 한국과 대만 기업에 대한 특별유예를 제공함으로써 영향을 제한하는 데 신중했다.”

-중국의 보복 가능성은.

“(이번 조치로 인해) 중국이 기술을 따라잡고 보복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미국과 일본 한국 대만은 현재 많이 앞서 있으며 ‘무어의 법칙’에 따라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전략 목표는 명확하다. 수입을 줄이고 수출을 늘리는 것이다. 중국은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은 수입할 생각이 없다. 반면 다른 선택지가 없을 땐 기술을 계속 수입할 것임도 보여줬다. 따라서 유일하게 실행 가능한 전략은 기술적으로 중국보다 앞서 나가는 것뿐이다.”

-한국에 제언한다면.

“한국은 그동안 기술 정책과 반도체 분야에서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교육을 잘 받은 인력을 제공하고 R&D에 투자하고 우호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민간부문은 경영 우수성 및 공급망 효율성과 같은 역량을 연마해야 한다.”

크리스 밀러는


크리스 밀러는 미 매사추세츠주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국제사 부교수를 맡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산업의 부상과 지정학적 영향을 다룬 책 ‘칩 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을 위한 싸움’(Chip War: The Fight for the World’s Most Critical Technology)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하버드대에서 역사학 학사, 예일대에서 석·박사를 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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