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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전인수식 설 민심 공방 그만두고 민생 챙겨라


설 연휴가 끝났다. 정치권이 파악한 설 민심은 경제난 극복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불경기에 고금리, 고물가 어려움을 겪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여야는 경제난 원인을 놓고 아전인수식 정반대 해석을 내놨다. 국민의힘은 경제를 외면한 정치권의 싸움을 원인으로 꼽았고, 더불어민주당은 정치보복에 몰두한 윤석열정부가 파탄난 민생을 도외시했기 때문이라고 파악했다. 대책도 전혀 다르다. 여당은 당내 분열과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를 조속히 극복하자고 했고, 야당은 정부가 잘못을 바로잡도록 강력히 싸우자는 의지를 다졌다. 답답한 노릇이다.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할 게 아니라면 여야는 설 민심을 가감 없이 국정에 반영해야 한다. ‘먹고 살기 힘들다’는 간단한 말의 무게를 제대로 살펴야 한다.

여야가 설 민심을 두고 싸우는 데는 연휴 직전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등 대장동 사건 관련 피의자들의 공소장이 공개된 영향이 크다. 공소장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김씨의 대장동 수익 절반을 받기로 했다는 보고를 받고 승인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민주당은 거세게 반발했고, 정치권은 연휴 기간 내내 공방을 벌였다. 하지만 김씨의 공소장 공개 여부나 검찰이 파악한 이 대표의 혐의 사실이 매서운 한파에 난방비를 걱정하는 서민의 고통을 덜어주지 않는다. 이 대표가 오는 28일 검찰 조사를 받기로 했으니 더 이상의 정치적 공방은 불필요하다. 이 대표는 성실하게 수사를 받고, 검찰은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를 마무리지으면 그만이다.

지금 국회에는 할 일이 산처럼 쌓여 있다. 화물연대의 최장기 파업을 불러온 안전운임제 및 30인 미만 사업장의 8시간 추가 연장근로제 관련 법안은 상임위원회에 묶여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과 ‘노란봉투법’ 등 여야 쟁점 법안은 협상이 시작되지도 않았다. 개헌과 중대선거구제를 포함한 정치개혁은 말만 꺼내놓고 진척이 없다. 이태원 참사는 국정조사만 겨우 끝내놓고 우리 사회의 안전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할지는 논의조차 없다. 이런 문제를 다루자고 문을 연 1월 임시국회는 절반의 기간이 지났는데도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개점휴업 상태다. 그러면서 방탄 국회 타령만 한다. 설 민심을 서로를 비난하는 데만 끌어들인다. 국회의 심각한 직무유기다. 의원들은 지금이라도 지역구에 머물며 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되새겨야 한다. 입으로만 민생을 말하며 국민을 더 화나게 해서는 최소한의 신뢰마저 잃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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