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 증시 불쏘시개 되나

“지배구조 개선 병행해야” 목소리


정부가 만성적인 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폐지한다.

금융위원회는 24일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방안’을 내놨다. 한국 상장 주식 등에 투자하려는 외국인이 금융감독원에 인적 사항 등을 의무적으로 등록하게 하는 이 제도는 기간산업 등 주요 기업의 외국 투자금 한도를 관리하겠다는 명목으로 1992년 도입됐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국에는 없어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가 폐지되면 개인은 여권 번호를, 법인은 LEI라는 식별 번호를 등록하는 것만으로도 상장 주식 등을 살 수 있게 된다.

이 밖에 다수 투자자 매매를 단일 계좌에서 통합 처리하기 위해 국외 운용사나 증권사 명의로 개설된 외국인 통합 계좌의 거래 내역 보고 의무도 폐지한다. 사후 신고가 가능한 장외 거래 대상은 기업 합병 등에 따른 현물 출자나 모자 펀드 간 이전 등을 포함해 대폭 확대한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경우 2026년부터 영문 공시를 하도록 의무화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연초 한국 증시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외국인 매수세를 더 키우겠다는 목적이다. 실제로 외국인은 지난 2일부터 20일까지 증시에서 4조99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정부는 최근 달러 대비 원화(원·달러) 환율 안정세와 맞물려 외국인의 한국 증시 투자 강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주식이 세계 시장에서 외면받는 것은 세계 수준에 걸맞지 않은 지배구조와 주주 친화적이지 않은 환경 등 복합적인 결과이지 단순히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의 번거로움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 기업 다수는 일감 몰아주기 등 배임·횡령에 취약한 후진적인 지배구조를 가진 데다 배당 성향도 높지 않다”면서 “더 많은 외국인 투자금을 유치하려면 정부는 이런 범법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개별 기업은 배당률을 높이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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