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수사 의뢰 26명… 모두 ‘빌라왕’이었다

[‘전세사기 그놈’ 30인 추적기] <1> 특정 빌라가 타깃이 됐다


경찰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수사를 요청한 ‘악성 임대인’ 26명 전원에게 사기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HUG가 수년 간 이들을 ‘블랙 리스트’에 올려 관리하면서도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는 사이 곳곳에서 ‘빌라왕’들이 생겨났고, 전세 사기 피해는 수천억원으로 불어났다.

2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 전세사기 전담수사본부는 지난해 8월 HUG가 수사 의뢰한 26명(법인 포함)에 대해 전원 사기 혐의로 입건(이전 송치·기소 포함) 했다. HUG가 임대보증금 미반환 사고를 낸 이들을 전수 분석해 수사 의뢰한 것은 처음이다. 경찰은 애초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는데도 대규모 무자본 갭투자 행위를 한 것은 사기라고 판단했다.

국토교통부도 지난해 12월 106건의 전세 사기 의심 건을 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이 중 무자본 갭투자 유형은 전부 HUG가 의뢰한 빌라왕 26명 관련 사건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지난해 9월부터 두 달간 접수한 피해사례 687건 가운데 전세 사기 의심 건을 선별했는데 결과적으로 빌라왕의 존재만 재차 확인한 셈이다.

감독기관은 그간 ‘사인 간 거래’라는 이유로 악성 임대인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고, 수사기관은 형법상 사기 혐의가 적용되기 어렵다고 보고 미온적으로 대처해왔다.

하지만 세 모녀 전세 사기 사건을 계기로 임대차 시장의 허점을 노린 신종 사기 수법이 주목받았고 경찰은 세 모녀에게 사기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다.

이후 검찰은 이들과 공모한 분양업체를 추가로 찾아내 기소했다. 수사기관 한 관계자는 “세 모녀 사건 이후 전세사기와 관련한 법리가 보강돼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부터 전세사기 특별 단속을 벌이고 있는 경찰청은 이달 말 국토부와 합동으로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 26명을 중심으로 컨설팅업체 등 배후 세력의 실체도 일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는 세 모녀 전세사기단(국민일보 2021년 5월 10일자 1면 보도) 최초 보도 이후 20개월 동안 다른 ‘빌라왕’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세 모녀를 비롯한 다수가 특정 지역, 특정 빌라에 모여들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상습적으로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아 HUG가 대신 세입자에게 돈을 지급한 상위 30인(피해액 기준) 중 상당수는 특정 세력을 중심으로 연결됐을 가능성이 드러난 것이다. 당국은 별다른 제재 없이 대위변제를 계속했다. 그사이 이런 수법은 ‘성공 투자 방식’으로 포장돼 전파됐고 계속해 또 다른 빌라왕들이 나왔다.

국민일보는 HUG가 관리하는 악성 임대인 30인이 소유한 빌라의 등기부등본을 분석하고, 피해를 본 세입자를 만나 인터뷰했다. 악성 임대인들이 벌인 전세 사기가 독버섯처럼 번져나간 이유를 추적했다.

사건팀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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