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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시골의 현재가 서울의 내일이다

지호일 사회부장


내 고향 정선도 사람들로 제법 복작이던 시절이 있었다. 집집마다 연탄을 때던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에서 광부와 가족들이 강원도 탄전도시로 모여들었다. 탄광 아래로 석탄 가루가 섞인 시커먼 개천이 흐르던 때였다. 1978년 정선의 등록 인구는 13만9892명을 기록했다. 그때가 정점이었다.

짧은 번성 이후의 극적인 낙하. 40여개나 되던 지역 탄광들이 석탄산업합리화 조치 이후 차례로 문을 닫고, 직장을 잃은 광부들은 사택을 비우고 다른 도시로 떠났다. 1990년 들어 인구 10만명이, 2000년대에는 5만명 선이 깨졌다. 3만4900여명의 주민이 남은 지금은 인구소멸위기지역 경고장이 붙어 있다. 산부인과가 설치된 병의원급 의료기관은 전무하고, 소아과가 설치된 병원도 단 1곳만이 군 예산으로 유지된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 같은 고령인구가 근근이 지키는 정선이 수십년 뒤엔 ‘무인 지대’가 되지는 않을지. 설 명절 행인은 보이지 않고 눈바람만 치는 읍내의 풍경을 보며 그런 걱정이 들었다.

여기저기서 인구 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잦아졌다. 태어나는 아이의 수가 줄고만 있어 어느 순간 한반도에서 한국인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 인구가 줄어 경제도 활기를 잃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 받을 사람만 늘어나는 연금이 끝내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는 우려 등이다.

인구학자들은 한국이 ‘초저출산의 덫’에 갇혔다고 한다. 실제 합계출산율(가임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 1.3 이하인 초저출산 현상이 2002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1.3 이하 상황이 3년 이상 지속되면 출산율 반등이 어렵다고 하니 우리의 인구는 앞으로도 줄어들 일만 남았다 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에도 못 미쳐 세계 최하위에 자리할 게 확실시된다. 지난 16년간 280조원을 쏟아부은 결과가 출산율 ‘0’을 향한 질주인 것인데 여기에 만혼과 비혼, 자녀 출산 포기가 문화적 트렌드로도 번지는 중이다.

저출산·고령화가 한국만의 특이점은 아니다. 다만 너무 가파르고 빠르다. 이미 2021년 출생아가 사망자보다 적은 ‘인구 데드크로스’가 일어났으며, 30년쯤 뒤에는 한 해 15만명이 태어나고 그 세 배가 넘는 70만명 정도가 사망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2050년쯤부터 우리나라 인구는 매년 40만~57만명씩 줄어들기 시작한다. 2년마다 약 100만명씩 줄어든다는 것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그렇다.”(조영태 서울대 교수, ‘인구 미래 공존’)

추락하는 인구수를 다시 끌어올린다는 건 신기루에 가깝다고 한다. 감소 규모와 속도를 낮춰 충격을 완화하고 미래에 대비하는 게 현실적이란 것이다. 조 교수도 “지금 우리에게 출산을 장려하는 것보다 더 필요한 것은 이미 줄어든 출산이 만들어낼 사회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작업”이라고 했다.

이 중 주요한 과제 하나가 서울과 농산어촌 간 인구 불균형 해소다. 서울·수도권으로의 인구 편중이 초저출산 사회를 고착화하기 때문이다.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출산율은 낮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더군다나 분모가 큰 대도시보다 시골이 인구 감소 충격에 더 취약하다. 전체 인구가 줄어드는 와중에 서울을 위시한 수도권이 끊임없이 지방의 청년들을 흡수한다면, 시골은 더 빨리 늙고 비어가기 마련이다. 제로섬 구조에서 전체 출산율은 더욱 하락하는 악순환은 계속된다.

각 지자체가 생존을 위해 청년 인구를 붙드는 데 안간힘을 쓰지만, 서울 독과점을 깨기 위한 보다 과감하고 지역 중심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각자의 고향이 내일도 살만한 곳이 돼야 한다. 지역 회복을 위한 ‘로컬리즘’을 강조하는 전영수 한양대 교수는 단언했다. “한국의 앞날은 농촌의 오늘이다. 지방이 죽으면 나라도 죽는다.”

지호일 사회부장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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