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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공간에서 ‘진짜 나’ 찾은 아이돌 “팀 아닌 나 보여준 시간”

버추얼 서바이벌 ‘소녀리버스’ 최종 탈락 찬미·이연 인터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소녀리버스’에서 유주얼과 도화로 활약한 밴디트 이연(왼쪽), AOA 찬미의 아바타와 실제 모습. 두 사람은 지난 19일 패자부활전까지 갔지만 최종 탈락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무대가 아닌 독방에서 가상현실(VR) 장비를 갖춰 입고 가상 세계에 접속한다. 현실의 ‘나’를 잊고 가상의 아바타로 분한 30명의 전·현직 걸그룹 멤버들은 개성 있는 목소리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소녀리버스’에서는 가상 세계 ‘W’에서 아이돌이 정체를 숨긴 채 벌이는 치열한 경쟁을 담았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5명은 그룹으로 데뷔하게 된다.

첫 번째 미션인 1대 1 데스매치를 통해 패자가 된 25명은 지난 19일 패자부활전을 치렀다. 오직 3명이 살아남고 12명이 최종 탈락했다. 떨어진 이들은 “너무나 간절했다”며 울먹였다. 각자 다양한 이유로 더 이상 아이돌 활동을 이어가기 어려운 이들에게 ‘소녀리버스’는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었다.

탈락자 가운데 도화와 유주얼은 패자부활전 당일 기자들과 화상으로 만났다. 이 둘의 정체는 AOA의 찬미와 밴디트의 이연이다. 2012년 데뷔한 AOA는 멤버 탈퇴 등으로 2019년 11월 발매한 앨범이 마지막이었다. 밴디트는 2019년 4월 데뷔했으나 지난해 10월 활동을 공식 종료했다. 이연은 5명의 멤버 중 리더이자 메인 래퍼였다. 찬미는 메인 댄서 포지션에 서브 래퍼를 맡고 있었다.

두 사람은 처음으로 홀로 서서 무대를 채웠다. 찬미는 “멤버들과 함께할 때는 모두에게 어울리는 옷을 찾아서 입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보다 다 같이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면서 “버추얼 세계에선 내가 제일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이연 역시 “내가 노래하는 목소리가 팀에는 어울리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래서 (나를)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았다”며 “(‘소녀리버스’는) 아티스트 입장에서 큰 메리트였다.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자신이 소심한 편이라고 말한 이연은 경쟁이 치열한 서바이벌에 참가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바타로 변신해 얼굴과 정체를 가릴 수 있어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찬미는 자신에게도 사람들이 기억할 만큼 예쁜 목소리가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AOA로 활동할 때는 주로 댄스나 랩을 보여줬다. “목소리를 한 소절만 들려줘도 ‘누구다’라고 떠오르는 사람이 있잖아요. 제 목소리만 들어도 ‘찬미구나’ 할 수 있는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소녀리버스’가 이들에게 하나의 성장 계기가 됐을까. 찬미는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대신 혼자서 무대를 준비하고, 책임을 지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이연은 최종 탈락한 후 누구보다 크게 낙담했다. 속해 있던 그룹이 활동을 중단했다는 현실로 돌아온 이연은 탈락 인터뷰에서 “현실에서도 실직자가 되고 W에서도 실직자가 됐다. 내가 지금 어디로 돌아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망연자실했다. “저는 작은 회사에서 데뷔했고, 활동하는 것에 비해서 대중에게 저를 알릴 기회가 부족해 힘든 부분도 있었어요. ‘소녀리버스’를 하면서 큰 지원을 받아봤고, 에너지를 낼 수 있었어요.”

그는 가수 활동을 이어가기보다는 곡을 계속 쓰면서 배우 활동 등 다른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귀띔했다. 찬미는 현실에서도 이름을 도화로 개명했다. 그는 “지금까지와 다른 방향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내 이름도 직접 만들어서 책임감 있게 삶을 살아가고 싶었다”고 했다. 그 역시 W에서의 도화를 가슴에 남기고 가수가 아닌 새로운 삶을 준비 중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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