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결국 불출마 택한 나경원…“화합 위해 용감하게 내려놓겠다”

대통령실과의 마찰이 결정적 영향
尹心과 멀어진 데다 지지율 하락
정치적 큰 타격… 향후 진로 불투명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당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나 전 의원은 ‘다른 후보를 지지하거나 도울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전당대회에서 제가 어떤 역할을 할 공간은 없다”고 답했다. 이한결 기자

나경원 전 의원이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불출마’라는 갈림길에서 결국 불출마를 선택했다.

나 전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를 저울질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마찰을 빚으며 ‘윤심(尹心)’에서 멀어진 데다 지지율이 하락하는 현실론 앞에 멈춰 선 것이다. 그러나 불출마 선언으로 ‘윤심’과 완전히 척을 지는 상황은 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친윤(친윤석열)계 세력의 불출마 압박을 돌파하지 못하며 우군이 없는 고립된 모습을 노출하면서 ‘중진 스타 정치인’으로서의 위상은 큰 타격을 입었다. 나 전 의원의 최대 숙제는 대통령실과의 관계 설정이다. 나 전 의원이 내년 4월 총선 전까지 반전의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나 전 의원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당의 분열과 혼란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막고 화합과 단결로 돌아올 수 있다면 저는 용감하게 내려놓겠다”며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나 전 의원은 선언 직후 기자들을 만나 “저의 출마가 분열의 프레임으로 지금 작동하고 있고, 국민께 정말 안 좋은 모습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당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솔로몬 재판의 ‘진짜 엄마’의 심정으로 제가 그만두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 달 넘게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고민해온 나 전 의원은 24일 밤까지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 전 의원의 불출마 결정에는 대통령실과의 마찰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맡고 있던 나 전 의원이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출산 시 대출부담을 줄여주는 ‘헝가리식 제도’를 언급한 게 화근이 됐다. 정부와의 조율 없이 정책을 발표했다는 이유로 대통령실에서는 두 차례 공개경고가 나왔고, 친윤계 의원들의 공세가 거세졌다. 국민의힘 초선의원 50명은 나 전 의원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결국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을 저출산위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했고, 나 전 의원이 ‘윤심’에서 멀어진 결정적 장면으로 남게 됐다. 이 시점을 전후해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김기현 의원에게 당대표 지지율 1위 자리를 내주고, 2~3위로 밀려났다. 나 전 의원은 “어떤 시련 앞에서도 저는 한 번도 숨지 않았고,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위해 싸웠다”며 “그런 저에게 이 정치 현실은 무척 낯설다”고 서운한 감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번 사태로 타격을 입은 나 전 의원의 향후 정치진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불출마 압박이라는 벽 앞에서 결국 주저앉아버린 것”이라며 “나 전 의원이 쌓아온 정치적 자산이 크게 훼손됐다”고 말했다. 다른 중진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공직을 걷어찬 모양새가 된 만큼 다른 직책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원내 재진입을 노려볼 수 있지만, 그때까지 대통령실과의 관계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예측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정현수 박성영 기자 jukebox@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