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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전략적 모호성

전석운 논설위원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여 대만과 체결한 상호방위조약을 폐기했다. 그러나 대만에 대한 군사 지원만큼은 중단하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해에만 4차례에 걸쳐 대만이 요구한 무기 체계를 수출했다. 이 중에는 AGM-9X 하푼 블록Ⅱ 지대함 미사일 60기(3억5500만 달러 어치)와 AIM-9X 블록Ⅱ 사이드와인더 공대공 미사일 100기(8560만 달러), 감시레이더 장비(6억5540만 달러) 등이 포함됐다. 중국이 강하게 반발했음은 물론이다.

미국의 무기 판매는 중국 수교와 동시에 만든 대만관계법에 따른 것으로 방어용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이 선택한 ‘전략적 모호성’이다. 그런데 미국이 40년 넘게 고수하던 전략적 모호성이 최근 불분명해지고 있다. 미 하원 공화당 소속 의원들이 25일(현지시간) 미 행정부에 대만을 독립국가로 인정하고 공식적 외교관계를 회복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톰 티파니 등 18명의 의원들이 서명한 결의안은 대만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도 촉구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미 정가에서 그만큼 높다는 걸 반증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대만을 군사적으로 침공할 경우 대만을 방어할 것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CBS ‘60분’ 인터뷰를 포함해 공개 발언만 4차례였다.

한국은 1992년 중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이후 미·중 간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군사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있지만 교역은 중국에 크게 기대고 있다. 중국과의 교역량은 미국, 일본을 합친 것보다 많다. 한국의 핵심 전략 물자 228개 품목 중 172개(75.5%)가 중국산이다. 그러나 미국의 외교전문매체인 더 디플로맷은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다보스포럼 연설 내용을 소개하면서 한국 정부가 과거처럼 전략적 모호성을 고집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중 갈등이 심화될수록 한국 외교의 선택지는 점점 좁아질 것 같다.

전석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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