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은 외면하고, 외국인은 못 오고”… 공장가동 한계 직면

고착화된 ‘저숙련 저비용’ 선호에
‘처우 안 좋은 일자리’ 인식 각인
배달시장 커지면서 인력난 더 심화


중소기업들의 인력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몸을 써야 하고 손기술이 필요한 제조업 분야에서 특히 ‘업무가 힘들다’며 국내 인력의 외면을 받은 지 오래다. 외국인 근로자가 필수 인력이 됐는데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전체 규모는 줄었다.

이처럼 인기 없는 일자리지만, 종사자 수를 기준으로 중소제조업이 전체 노동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5%에 이른다. 중소기업계 인력난은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할 문제로 떠오른 것이다.

고질적인 인력 부족의 뿌리에는 원청-하청의 구조가 있다. 수많은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하청업체에 머물고 있다. 원청업체의 요구사항을 따를 수밖에 없고, 창의성보다 생산성이 우선한다. 때문에 숙련도 높고 인건비 많이 드는 인력보다 ‘저숙련·저비용’을 선호한다. 문제는 일할 노동력이 턱없이 부족해 생산성조차 담보하지 못하는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섬유가공업체를 운영하는 한모씨는 “한국 사람이 일을 안 하니 외국인을 데려와야 하는데 그마저도 구하기 힘들다. 가족 모두 나와서 일을 한들 감당이 안 된다. 생산량을 줄이는 게 해결책”이라고 했다. 한씨 회사는 최근 3년간 생산량이 20%가량 감소했다.

여기에다 인건비 절감 노력은 되레 걸림돌로 작용한다. 임금·복지에서 ‘좋은 일자리’가 아니라는 인식이 각인되면서 내국인 근로자에게 외면받게 됐다. 최근 들어 일부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 수준의 임금을 준다. 다만 ‘기업가치’까지 따지는 구직자들에게 중소기업은 여전히 매력 없는 곳이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26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에서 내국인 근로자를 고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국인 취업 기피’(74.8%)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열악한 작업환경, 임금·복지 수준’이 기피 이유의 64.0%, ‘주52시간 근무제에 따른 잔업 불가’가 10.8%로 나타났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과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부른 플랫폼 경제가 중소기업들을 옥죈다. 배달 시장이 커지면서 중소 제조업체의 인력난은 한층 깊어졌다. 소파와 침대 프레임을 만드는 회사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요즘 아르바이트조차 구하기 힘들다. 배달 일을 해본 경험이 있으면 특히 그렇다. 정해진 시간, 정해진 요일에 일하는 것 자체를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플랫폼 노동’을 선호하는 게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라고 항변한다. 중소 제조업체에서 10년간 일하다 지난 2021년에 배달업으로 일자리를 갈아탔다는 강모(37)씨는 “배달 일은 위험하고 힘들지만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라며 “얽매이지 않고 바짝 일해서 돈을 벌고 쉴 때는 확실하게 쉴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제조업보다는 플랫폼 쪽으로 일자리를 바꾸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중소기업들의 인력난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고용허가제(E-9) 외국인 근로자를 11만명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해(6만9000명)보다 4만1000명 늘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숙련기능인력 비자(E-7-4) 연간 발급 인원도 지난해 2000명에서 올해 5000명으로 확대했다. 중소·벤처·비수도권 중견기업이 고용하는 외국인의 비자발급 임금 기준도 완화했다.

문수정 구정하 기자, 세종=박상은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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