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놔두면 고착화… 이번엔 반드시 뿌리뽑아야”

윤병운 수사관·이승하 수사 계장
“서민 피해 없도록 강력 처벌 필요”

2017년 신축 당시 매물 대부분을 ‘세 모녀’ 등 빌라왕들이 매입해 전세사기 피해를 낳았던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한 빌라 전경. 최현규 기자

과거 민사사건 영역으로 취급되던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에 처음으로 사기 혐의를 적용했던 경찰 수사관들은 “서민을 울리는 전세사기 범죄를 이번 기회에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빌라왕 사건’으로 잘 알려진 무자본 갭투자 전세사기 유형에 대한 수사는 2019년 8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원조 빌라왕’ 강모(56)씨 사건을 맡았던 강서경찰서 윤병운 수사관은 26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사기 혐의로 처벌한 선례가 없었지만, 그대로 놔두면 ‘하나의 수법’으로 자리 잡을 것 같았다”며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사기 혐의를 적용하려 했다”고 말했다. 강씨 사건은 1년 가까운 수사 끝에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윤 수사관의 우려대로 이후 무자본 갭투자 수법은 몇년 새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도 2021년 초 비슷한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들어갔다. 임대사업자인 세 모녀가 빌라 수백 채를 사들이고서는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다는 의혹이었다.

사건을 담당했던 강력범죄수사대 이승하 수사3계장은 “수백 채를 사들이는 배경에 분명 ‘뭔가’가 있을 것 같았다”며 “피해자들이 계속 양산됐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조기에 혐의를 입증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수사 결과 세 모녀는 분양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고 빌라를 떠넘기기 할 목적으로 전세 세입자를 낀 채 주택 수를 계속 늘린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을 넘겨 받은 서울중앙지검은 세 모녀와 공모한 분양업체까지 찾아내 이들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피해액은 800억원으로 늘어났다. 대부분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 등 서민들이 피해를 입었다.

세 모녀 사건 기소 이후 대검찰청은 전세사기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고, 경찰도 전담수사본부를 구성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원조 빌라왕 강씨도 지난 4일 뒤늦게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계장은 “전세사기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커졌다는 점에서 수사 의미가 있었다”며 “더 이상의 서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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