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마약상, 잡고보니 10대들… “학원서 만났다”

필로폰 등 인터넷 구매 10배 웃돈
성인 중간 판매책 6명 영입하기도
대마 재배~흡입 ‘파티룸’ 40대 적발


고등학교 2학년이던 A군은 2021년 학원에서 만난 동갑내기 친구 2명과 함께 ‘마약 사업’을 구상했다. 텔레그램 메신저의 마약 채널을 통해 자신들도 마약 거래가 가능하다는 걸 알고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보자’는 생각이었다. 이들은 국내에서 비교적 비싸게 거래되는 필로폰과 케타민, 엑스터시 등의 마약을 취급했다. 구입한 가격에 10배를 불러도, ‘물건’은 팔려나갔다고 한다. A군 일당은 신분 노출을 우려해 성인인 중간 판매책 6명도 영입, 약 7개월간 수십명에게 마약을 판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결국 고3이던 지난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이들에게서 가상화폐와 현금 등 4800만원 상당의 범죄수익금과 미처 못 판 마약류 약 4억원어치를 압수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8~12월 5개월간 마약류 사범 집중단속을 벌인 결과 10대 마약범이 급증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29일 밝혔다. 10대 마약사범은 2018년 한 해 104명에서 지난해에는 294명으로 3배 가까이 뛰었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통한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20~30대를 중심으로 한 마약 불법 유통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와중에 10대 마약 범죄도 덩달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인터넷을 통해 10대들도 과거보다 마약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클럽·유흥업소에서 마약을 투약하거나 유통하다 적발된 사범은 37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3명)에 비해 무려 11배나 늘었다. 경찰이 클럽과 유흥업소 일대 마약사범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결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김포에선 ‘대마 파티룸’까지 적발됐다. 김모(42)씨는 2021년 대마 재배에 성공한 뒤 김포의 창고를 빌려 각종 게임시설을 갖춘 파티룸을 꾸몄다. 그 옆 창고에는 대마초 재배 시설과 함께 생육 중인 대마 13㎏과 대마 건초 5.3㎏이 발견됐다. 18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대마 재배부터 판매, 흡입까지 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원스톱 시스템’이었던 셈이다. 본격 영업에 앞서 지인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하다 꼬리가 밟혔다.

국제우편을 통해 초콜릿으로 위장한 마약을 밀수해 외국인 전용 클럽에서 판매하다 적발된 경우도 있으며, 공장 기숙사에서 외국인들이 집단으로 마약을 투약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 한 해 동안 검거된 마약 사범은 1만2387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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