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 20~40대 ‘귀하신 몸’… “외국인 없으면 농업 유지 안돼”

[인구가 미래다!]
인제서 사과·배 농사 짓는 60대
외국인 붙잡으려 겨울 작물 재배
젊은이들 학교·직장 찾아 도시로

강원도 인제군 서화면 서흥리 딸기농장에서 김태흥씨가 외국인노동자와 함께 딸기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저출생 고령화로 농촌은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신입생이 아예 없어 인근 학교와 통폐합하는 일이 다반사다. 작은 학교에서 교육받은 아이들도 더 좋은 환경과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난다. 젊은이가 떠난 농촌은 외국인이 없으면 당장 멈출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였다.

사라져가는 농촌 학교들

지난 30일 찾은 충북 보은군 산외면 산외초등학교 부근에는 문구점이나 학원이 없었다. 텅 빈 운동장에는 적막감만 감돌았다. 한구석에는 국민교육헌장 비석만 남았다.

학교 체육관에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방학기간 체육돌봄교실에 참여한 학생 8명이 교사 지도를 받아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다. 체육관의 빈자리가 유난히 넓어 보였다. 조수민(12)군은 “같은 나이 친구들이 없어 외롭지만 형 동생들과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외초 전교생은 12명에 불과하다. 올해는 신입생이 없다. 최순이 교장은 “매년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내년에는 분교가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근 삼승면 송죽리 판동초교 송죽분교도 마찬가지다. 교실에서 학생 3명이 공예 교사 지도를 받아 화분을 만들고 있었다. 이 학교는 올해 신입생과 4학년이 없다. 전교생은 7명이 전부로 지난해 분교가 됐다. 교직원은 12명으로 학생보다 많다. 발표나 토론수업 진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평소 수업시간에는 교사·학생 간 일대일 수업이 이뤄진다.

도시로 간 젊은층이 늘면서 학부모 나이도 많아지는 추세다. 50대 이상 학부모가 대부분으로 20~40대를 찾아보기 어렵다. 삼승면에 아기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라서 몇 년 뒤면 폐교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6학년 학부모(66)는 “시골 작은 학교에 학생이 없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아이를 낳으면 세금을 깎아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은군은 인구감소지역이다. 저출산과 인구 유출로 소멸 위기를 겪고 있다. 출생아 수는 2020년 118명, 2021년 76명, 2022년 80명으로 매년 줄고 있다. 충북에서 올해 신입생이 없는 초등학교는 12곳에 달한다.

경북도 올해 32개 학교가 신입생이 없다. 경주 의곡초 일부분교 등 3곳은 3년 연속, 포항 죽장초 상옥분교 등 10곳은 2년 연속 1학년이 없다. 1명인 학교도 30곳이나 된다. 경북 내 신설 유치원은 1곳이지만 9곳이 문을 닫는다.

지방소멸 징후는 농어촌 학교 통폐합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방교육재정알리미에 따르면 1976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전국 3896개 학교가 문을 닫았다. 매년 84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전남이 839곳으로 가장 많고 경북 735곳, 경남 582곳, 강원 469곳 순이다. 경기도도 178곳에 달한다.


학교 통폐합은 학령인구(만 6~21세) 감소가 원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학령인구는 725만9000명이다. 2033년에는 531만6000명으로 곤두박질친다. 학령인구 감소는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교에 이어 지방대까지 도미노처럼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없이는 ‘무방비 상태’

강원도 인제군 서화면 서흥리 주민 김태흥(69)씨는 20년간 사과와 배 농사를 지었다. 그런데 3년 전부터는 겨울철에도 딸기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10년 넘게 일을 도와온 캄보디아 출신 외국인노동자 두우썸낭(34)씨에게 사계절 내내 월급을 주기 위해서다. 겨우내 크지 않은 딸기농장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대부분 두우썸낭씨의 월급으로 나간다. 김씨는 “사과는 봄부터 가을까지 농사를 짓기 때문에 겨울에는 일감이 없다”며 “두우썸낭이 떠날 수 있어 겨울 일거리를 위해 딸기 농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4억원 넘게 들여 딸기농장에 자동화시설을 갖췄다. 일손이 없어 목돈이 들더라도 자동화시설을 선택한 것이다. 김씨는 “농촌에 일할 사람이 외국인밖에 없다. 그것도 하늘의 별 따기다. 그나마 인건비가 너무 높아 남는 게 별로 없다”고 했다.

서흥리엔 80가구, 175명이 살고 있다. 이 중 청소년은 3명이 전부다. 나머지는 50~80대다. 이종열(65) 서흥리 이장은 “젊은 친구들이 교육환경과 일자리를 찾아 떠나면서 우리 마을엔 생산능력이 있는 20~40대가 아예 없다”며 “빈자리를 외국인노동자들이 채운다. 외국인이 없으면 대한민국 농업이 유지가 안 된다”고 말했다.

올해 강원도 1767개 농가가 외국인 계절근로자 6425명을 지원해 달라고 신청했다. 지난해 상반기 외국인 계절근로자 배정 인원의 2배다. 그런데 배정받더라도 이탈하는 게 문제다. 지난해 강원도 외국인 계절근로자 3949명 중 실제 입국자는 74%에 그쳤다. 여기에 17%는 이탈해 불법체류자가 됐다. 인제에선 90% 넘게 다른 지역으로 이탈했다.

지방자치단체는 곳곳이 소멸 위기에 놓여 있다. 행정안전부는 2021년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89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 40%가량이 인구감소지역이다. 전남은 22개 기초자치단체 중 16곳, 경북은 23곳 중 16곳, 강원도는 18곳 중 12곳이 인구감소지역이다. 2020년 기준 고령화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경북 의성군이다. 인구의 41.5%가 65세 이상이다. 이어 전남 고흥군(41.1%) 경북 군위군(40.7%) 경남 합천군(39.6%) 순으로 나타났다.

인제·보은=글·사진 서승진 홍성헌 기자 김이현 기자 sjse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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