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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는 총에서 나온다?… 미국인은 왜 총에 집착할까

“총이 나를 지켜준다” 헌법서도 보장되는 뿌리 깊은 관습

게티이미지뱅크

미국만큼 총에 친근한 국가는 없다. 세계에서 민간인이 소유한 화기 숫자가 인구를 뛰어넘는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 사람보다 총이 많은 것이다. 스위스에 본부를 둔 스몰 암스 서베이(SAS·Small Arms Survey)의 2017년 설문에 따르면 미국인은 100명당 120정의 총기를 소유하고 있다. 2015년부터 7년 넘게 내전을 겪고 있는 예멘은 인구 100명당 53정이다. SAS 연구진은 전 세계 민간에 약 8억5700만정의 총기가 퍼져 있는 것으로 보는데, 이 중 약 22%인 3억9300만정을 미국이 보유한 것으로 추산한다. 그동안 많이 팔렸는데도 미국인은 또 총을 산다. 미연방수사국(FBI)의 총기 구매를 위한 신원조회 건수는 2013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CNN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엔 ‘사재기’로 불릴 정도로 총 구매가 급증하고 있다. 2021년 1월엔 신원조회 건수가 60% 급등해 연간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같은 해 3월에는 470만건의 신원조회가 이뤄졌는데 20여년 전 처음 신원조회 절차가 생긴 이래 가장 많았다.


팬데믹 기간 아시아계 구매 급증

민간인이 무기를 소지할 수 있는 이유는 헌법상 권리로 보장받기 때문이다. 미 수정헌법 2조에는 ‘규율이 잘 서 있는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州)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지하고 휴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재커리 엘킨스 오스틴 텍사스대 부교수는 CNN에 “과거 분쟁에 따른 불법 재고나 느슨한 법체계로 높은 총기 소유율을 보이는 나라들과 달리 미국은 헌법상 권리로 총기 소유를 보장받는다”고 했다.

미국인들이 총기를 원하는 이유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다. 미국 갤럽이 2019년 8월에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63%가 총기를 ‘호신용’으로 구매한다고 답했다. 이어 ‘사냥’(40%), ‘레크리에이션 또는 스포츠’(11%) 응답이 있었다. 최근 미국에서 총기 구매가 급증한 배경에도 신변 보호에 대한 위기의식이 있다. 전미사격스포츠재단(NSSF)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500만명 넘는 사람이 첫 총기 소유자가 됐다. 팬데믹이 불러온 공포가 사람들로 하여금 ‘무장’하게 한 것이다. 특히 그동안 총기 소유 비율이 낮았던 아시아인의 총기 구매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지난해 8월 보도했다. 이들은 팬데믹 기간 아시아인에 대한 폭력과 테러를 목격하고 총을 샀다.

한국계 미국인 여성 비비안 문씨는 “나처럼 생긴 사람을 경찰이 보호할 수 있을 것이란 환상이 깨지면서 총을 사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부 미국인은 총기 소유로 ‘자유의 땅’으로 불리는 미국의 정체성을 누리는 것으로 보인다. 퓨리서치 센터의 2017년 조사에서 총기 소유자 1269명 중 74%가 ‘총기 소지는 개인적인 자유와 연관이 있다’고 답했다. 퓨리서치 센터는 “개인이 총을 소지하든 아니든 적어도 미국 성인 3분의 2는 삶의 어느 시점에서 총을 가진 가정에서 살아왔다”고 밝혔다. 총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므로 자살·살인·오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미 건강지표평가연구소(IHME)에 따르면 미국의 2019년 총기 관련 사망자는 인구 10만명당 4명으로 전 세계 국가 평균의 18배다. 또 미국에서 일어난 총기 사고가 캐나다보다 8배, 유럽연합(EU)보다 22배, 호주보다 23배 높다고 IHME는 밝혔다. 총기 난사도 자주 일어난다. 1998~2019년 22년 동안 미국을 포함해 프랑스·독일·호주·영국·캐나다·스위스·네덜란드 등 18개국에서 연평균 1건 이상의 총기 난사 사건이 있었지만 연평균 8건 이상이 발생한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 이 기간 통틀어 미국은 100건 이상의 총기 난사 사고로 1000명 이상이 사망하고 다쳤다.

공화당 소극적, 땜질식 정책도 문제

이에 총기 규제 목소리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퓨리서치 센터는 미국인의 절반가량인 48%가 총기 폭력 문제가 매우 큰 것으로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실효성 있는 규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총기 소유를 인정하는 헌법의 존재다. 수정헌법 2조가 고쳐지지 않는 한 총기 소지를 원천적으로 막기 힘들다. 미 대법원은 2007년 워싱턴DC 등 일부 도시의 총기 소유 규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전통적으로 총기 규제에 소극적인 공화당의 입장도 걸림돌이다. 지난해 콜로라도와 사우스캐롤라이나, 텍사스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뒤 미 의회는 ‘총기안전법’을 통과시켰다. 데이트 상대를 포함해 가정폭력 전과자에게 총기 판매를 금지하고 18~21세 총기 구매자의 범죄 기록을 제공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30년 만에 초당적 총기 규제 입법이라는 의미가 있었지만 총기 난사 사고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돌격소총과 대용량 탄창은 공화당의 반발로 빠졌다.

전미총기협회(NRA)의 강력한 로비도 규제를 가로막고 있다. NRA는 한 해 로비에만 150만 달러(약 184억원)를 써 총기 규제 목소리에 제동을 걸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분석 기사에서 땜질식 정책이 규제 실효성이 없는 이유라고 진단했다. 예컨대 캘리포니아주는 현행법상 무기 구매가 금지된 사람이 과거 구매한 총을 갖고 있어도 총기 소지 권리를 박탈할 방법이 없다. 또 위험인물로 간주될 만한 행동을 했음에도 법원이나 법집행기관에 신고가 접수되지 않으면 총기 소지권이 유지된다. 등록되지 않은 ‘유령 총기’와 다른 주에서 들어오는 불법 무기를 정책적으로 막을 수 있는 뾰족한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캘리포니아주에서 잇따라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으로 총기 규제 강화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지만 전망은 회의적이다.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총기 규제 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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