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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 끄고 후원 호소… 난방비 대란, 사회복지시설 SOS

보조금 한계… 난방비 감당 못해
보일러 끄며 최대한 버텨보지만
시설마다 후원자들에 SOS 보내


난방비 폭탄 걱정에 많은 사회복지시설이 유독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후원자들에게 난방비 항목의 지원을 호소하거나 자체적으로 보일러 가동 시간을 대폭 줄이는 등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의 아동양육시설 혜심원 직원들은 요즘 후원자들을 만날 때마다 난방비 상승으로 인한 고충을 토로한다. 아동 50여명이 생활하는 이곳은 이달 초 지난해 대비 40% 넘게 오른 12월분 난방비 명세서를 받아들었다. 1년 전 요금은 200만원 정도였지만, 이번엔 여기서 80만원가량 늘었다고 한다.

난방비 부담이 임계점에 달하면서 결국 시설 직원들이 개인·단체를 가리지 않고 후원자들에게 ‘긴급지원요청(SOS)’을 보내기 시작했다. 권필환 원장은 31일 “기존에 후원해주신 분들, 봉사활동을 오신 분들께 ‘이달 가스요금이 너무 올라 정부 보조금으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말씀드리고 있다”며 “민망하지만 적극적으로 후원을 요청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7일 복지시설 등 취약계층에 난방비 일부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향후 공공요금 줄인상도 예고된 만큼 시설 사정은 더 안 좋아질 것으로 이들은 우려한다. 혜심원은 앞으로 기업이나 기관에 후원을 요청할 때 난방비를 별도 요청 목록에 넣을 계획이다. 권 원장은 “절약할 수 있는 건 절약하고 있지만 개별 시설의 노력만으로 극복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내 온도를 낮추거나 난방기기 가동 시간을 줄이는 식으로 허리띠를 졸라맨 곳도 있다. 영등포구의 노숙인 자활시설 광야홈리스센터는 4대씩 가동하던 가스보일러를 주간에 2대만 틀고 있다. 기온이 떨어지는 야간이나 한파주의보가 발령되는 날을 제외하고는 난방비를 최대한 절약하기 위해서다.

센터 관계자는 “이런 조치로 난방비를 20~30% 절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노숙인들의 건강을 생각하면 이 이상 가동을 줄이기는 어렵지만, 난방비 걱정에 예전처럼 보일러를 틀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종로구 아동양육시설 선덕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곳은 낮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 날에는 난방 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이고 있다. 평소에도 난방 희망온도를 23도까지 낮추고, 아이들과 직원들에게 실내에서도 경량조끼를 입게 하는 등 대책도 세웠다. 선덕원 관계자는 “상황이 계속 어렵다면 결국 추가적인 난방 후원을 요청해야겠지만 일단 최대한 절약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1년 전보다 난방비가 두 배 가까이 나왔다는 용산구의 다른 아동양육시설도 얼마 전부터 사무실 등 직원 전용 공간의 난방 시간을 줄였다. 아이들 공간의 난방을 줄일 수는 없으니 우선 어른들이 머무르는 곳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취지다. 시설 관계자는 “지금은 재단 적립금을 써서라도 최대한 버티고, 나중에 지원금이 들어오면 그 돈으로 직원들의 난방 여건도 점차 회복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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