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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주기보다 도와줄 어른 있었으면…”

[자립준비청년에 희망 디딤돌을]
①여전히 막막하고 힘들다
“어려운 상황마다 맞춤지원 절실”

한 자립준비청년이 1일 경북 김천에 있는 자택에서 운동기구를 이용해 턱걸이를 하고 있다. 보육원에서 나와 자립한 이후부터 턱걸이 연습을 해온 그는 뿌듯한 목소리로 “이제는 12개는 거뜬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천=김지훈 기자

성인이 되면서 보육원에서 나와 생활한 지 1년이 된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 전태양(가명·20)씨는 현재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번다. 일주일에 사나흘 하루 5시간씩 일해 쥐는 돈은 한 달 100만원 남짓. 현재를 살기도 빠듯하니 미래를 꿈꿀 여력은 더욱 없다. 그는 1일 “휴대전화 요금, 임대주택 관리비, 전기세를 내면 남는 게 거의 없다. 한 달 번 돈이 일주일이면 사라진다”고 토로했다.

전씨는 자립과 동시에 정착지원금 500만원을 받았다. 5년간 매달 40만원(지난해 35만원)의 자립수당도 나온다. 지금 사는 집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주택을 신청해 구할 수 있었다. 최근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청년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도 느는 추세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헤매고 있다”고 했다. 성인이자 사회 구성원으로 안착하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나 기관은 없었기 때문이다. 전씨는 “시설에서 나올 때 어떤 일자리를 구해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꿈은 많지만 일단 당장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집 근처 고깃집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씨는 집에서 우두커니 앉아 끼니를 때우면서 ‘진짜 혼자가 됐다’고 느꼈다고 한다.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귀가하면 라면이나 과자로 배를 채우는 생활이 반복됐다. 돈을 아껴야 했다. 그는 “시설에 있을 때 철없이 반찬 투정을 한 적은 있었지만 ‘먹을 게 없어서 굶을 수 있다’는 생각은 자립하고 처음 경험했다”고 돌아봤다.

요리를 할 줄 몰랐던 그가 집밥이 그리울 때마다 할 수 있었던 건 배달음식 주문뿐이다. 전씨는 “처음에는 먹고 싶은 대로 배달시켜 먹었는데, 그러다 보니 가진 돈이 음식 사먹는 데 다 소비됐다”고 털어놨다. 돈을 아끼려 간편식품을 사서 요리를 시도해 보기도 했지만 혼자 음식을 만들어 먹으니 더 외로워졌다. 그래서 요리를 관뒀다.

전씨는 “힘든 건 많지만 그래도 긍정적으로 살아보려고 한다”며 “‘밥은 먹었냐’고 따뜻한 한마디를 건네면서 옆에서 도와주는 어른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성경 한국성서대 교수는 “자립준비청년은 보육원에서는 완벽하게 의존적인 상태에서 생활을 하다가 퇴소를 기점으로 자립하라고 사회로 등떠밀어진 상태”라며 “중간 과정에서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립준비청년들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막막해 할 때 상의할 수 있는 부모 역할의 사람이 필요하다”며 “정말 어려운 상황마다 이에 맞춰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천=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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