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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경로우대

고승욱 논설위원


1980년 4월 11일 국무회의에서 ‘경로우대제 실시안’이 통과됐다. 어버이날인 5월 8일부터 70세 이상 노인에게 경로우대증을 발급하고 철도, 전철, 시외완행버스, 고궁·사찰 입장료, 목욕·이발비를 50%씩 깍아준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70세 이상 노인은 전체의 2.1%인 80만명에 불과했고 정부가 할인액을 보상하지도 않았다. 세금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 선심성 정책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쿠테타로 권력을 잡은 신군부 눈치를 보던 힘없는 최규하정부가 내린 결단이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후반부터 노인복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급속한 산업화·도시화에 따른 가족구조 변화에 ‘부모가 늙으면 자식이 부양한다’는 사고방식도 바뀌었다. 가난·질병에 시달리고 버림받는 노인들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후복지 관련법 제정은 1970년대 국회에 늘 계류돼 있던 현안이었다.여러 차례 입법청원과 법안 발의가 있었지만 인식과 예산 부족에 번번이 무산됐다.

하지만 어려워 보이는 일도 일단 시작하면 별 게 아니다. 경로우대제가 그랬다. 최규하정부는 3개월 만에 경로우대 대상을 65세로 낮췄다. 그때 세워진 ‘노인=65세’ 기준은 이듬해 5월 18일 통과된 노인복지법에 반영됐고, 도로교통법 등 노인의 나이 기준이 필요한 모든 법에 적용됐다. 동시에 경로우대라는 말 자체가 법적 용어가 됐다. 우리사회 모든 노인복지의 근간이 되는 기본법인 노인복지법에 ‘65세 이상인 자는 수송시설, 공공시설을 무료 또는 할인해 사용할 수 있다(27조)’는 경로우대 조항이 들어간 것이다.

이 경로우대제가 법 제정 42년 만에 도마에 올랐다. 1982년 150만명대(인구의 4%)였던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22년 950만명(17.5%)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2070년에는 2명 중 1명 꼴인 46.4%인 1740만명이 노인이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 많은 사람을 어떻게 다 우대하느냐”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급한대로 나이 기준부터 고민할 때가 됐다.

고승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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