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주민 평균연령 81세… 아기 울음소리 20년전 끊겼어요”

[인구가 미래다!] <2부> 지금 지방은 소멸 중 ② 고흥 득량도·사천 신수도 르포

지난 5일 경남 사천시 신수도의 경로당에 모여 있는 어르신들.

지역 소멸 위기는 육지가 아니라 섬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대다수 섬마을은 평균연령 70·80대의 어르신들만이 명절에 찾아오는 자식을 기다리며 함께 모여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지난 6일 전남 고흥군 녹동항에서 북서쪽으로 3㎞ 떨어진 득량도로 가기 위해 도선에 몸을 실었다. 정원 14명인 29t급 득량호 도선에는 화물차 2대와 운전자, 기관사 등 7명이 탔다. 주민이나 관광객은 없었다.

LPG 가스통 운반업체 대표 김익래(57)씨는 “가스통 교환을 위해 1년에 네 번 득량도에 들어가는데, 가스 사용량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득량호 사무장 장현철(53)씨는 “섬 어르신들은 병원을 가거나 자녀 집을 방문할 때, 급한 볼일을 제외하곤 육지로 잘 나오지 않는다”며 “하루 두 번 왕복하는데 배를 타는 어르신은 일주일에 10여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장씨는 “섬 주민 80명 가운데 내가 가장 젊은 사람”이라고 했다.

1999년 폐교된 득량도의 녹동초교 득량분교 교문.

득량도에 도착해 언덕에 올라 보니 수풀과 나무에 뒤덮인 폐교가 보였다. 옛 녹동초교 득량분교다. 이 학교는 1983년까지 병설유치원까지 운영됐었다. 그런데 학생 수 감소로 1989년 분교가 됐고, 10년 뒤인 1999년 문을 닫았다.

관청마을 이장 이경완(79) 할아버지는 “학생들이 많을 때는 300명 가까이 됐고, 30·40대도 100여명 살았다”며 “1970년 중반에는 관청마을, 선창마을 두 곳에 1000명 넘게 살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예전에 여긴 어류가 풍부하고 밭농사가 잘돼 부자 섬이었다”며 “그런데 저인망 어업이 정부 단속을 받아 통발 어업으로 바뀌고, 폐어구가 바다에 쌓이면서 어장이 황폐화됐다. 자식 같은 젊은이들이 하나둘씩 섬을 빠져나갔다”고 했다. 아기들의 울음소리가 끊긴 것은 벌써 20년이 넘었고, 관청마을 주민의 평균연령은 81세라고 덧붙였다.

전남 고흥군 득량도 관청마을 이장 이경완 할아버지가 지난 6일 사륜오토바이를 타고 마을 업무를 보고 있다.

걸어서 30분가량 떨어진 선창마을 어귀에서 만난 이장 정인권(73) 할아버지는 “예전엔 집집마다 배가 한 척씩 있었는데, 젊은이들이 떠나고 현재는 노인 30명에 오래된 어선 4척만 남았다”고 말했다.

전남 고흥군에 있는 유인도 23곳의 인구는 2019년 5797가구 1만268명에서 2020년 5801가구 9873명으로, 다시 2021년에는 5891가구 9779명이 됐다. 1인가구 수는 늘었지만 인구수는 줄고 있다.

경남 지역 섬마을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5일 경남 사천시 신수도를 찾았다. 선착장에는 ‘섬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안내판만 덩그러니 있을 뿐 오가는 인적이 없었다. 경로당에 들어서니 93살 김명진, 정소아 할머니를 비롯한 10여명이 모여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할머니들은 “명절이나 돼야 자식들이 손주들 데리고 와 얼굴 한 번 본다”며 “주민 237명 중 80대 이상이 28명이고, 60대는 청년”이라고 했다. 신수도 어촌계장 김주태(55)씨는 “돈이 돼야 젊은이들이 남아 있지. 예전에는 돈 벌려고 외지인들이 들어왔지만 이제는 다 떠나고 늙은이들만 남았다. 배도 놀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천시 삼천포초교 신수도분교의 6학년 교실 모습.

유일한 학교인 삼천포초교 신수도분교는 6학년생 단 한 명인데, 졸업하면 3월에 폐교한다. 인근 섬의 녹도분교는 2004년, 신도분교는 2013년, 마도분교는 2019년 문을 닫는 등 경남 지역 섬마을 분교도 차례차례 폐교하고 있다.

경남 섬마을 중 인구 유출이 가장 심한 곳은 통영의 국도다. 2017년 13가구에서 지난해 5가구로 줄었다. 지도는 같은 기간 247명에서 188명으로 줄었다.

통영의 섬 가운데 가장 인구가 많은 한산도, 사량도 역시 인구 유출이 심하기는 마찬가지다. 한산도 추원마을의 김기원(82) 할아버지는 “젊은이들은 다 도시로 돈 벌러 가고 남아 있는 건 70~80세가 훌쩍 넘은 할배, 할매들뿐”이라고 말했다. 인근 마도 통장 박동철(71) 할아버지도 “어르신들은 갯벌에서 조개나 캐지 어업에 손을 놓은 지 오래됐다”고 했다.

행정안전부 산하 한국섬진흥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유인도는 464개, 무인도는 2918개로 모두 3382개다. 세계 10대 섬 보유국일 정도로 섬이 많지만 대부분 낙후된 정주 환경, 열악한 접근성 등으로 인구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2020년 기준 섬 거주인구(제주도 제외)는 82만2930명으로 전체 인구의 1.59%에 불과하다. 그나마 섬 인구의 80%는 1만명 이상 유인도(11개)에 거주하고 있다.

2015~2020년 우리나라 인구는 5106만9375명에서 5182만9136명으로 1.5% 늘었지만 섬 인구는 84만236명에서 82만2930명으로 2.1% 감소했다. 1970년부터 2010년 사이 인천시 옹진군(57.2%), 전남 신안군(80.1%), 경북 울릉군(66.2%)은 가파른 인구 감소세를 보였다.

문제는 공공서비스 등 부실한 인프라다. 464개 섬 중 읍·면·동사무소가 있는 섬은 100곳, 경찰관서가 있는 섬은 132곳, 소방관서가 있는 섬은 66곳에 불과하다. 초등학교가 있는 섬은 130곳, 중학교가 있는 섬은 60곳, 고등학교가 있는 섬은 35곳뿐이다. 의료시설도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

정부는 올해 공도(空島) 방지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행안부는 주민 10명 미만이 거주하는 섬에 급수·전력시설, 접안시설, 도로 등의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을 3월부터 추진할 예정이다.

고흥·사천=글·사진 김영균 강민한 김이현 기자 ykk22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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