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것을 놓고 7일 여야는 서로 상대방에게 불리한 후폭풍이 불 것이라며 아전인수식 여론전을 펼쳤다. 국민의힘은 “이 장관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면 민주당은 내년 총선에서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탄핵안 기각 시 정부·여당을 향한 민심의 분노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탄핵이 기각된다면 그에 따른 혼란과 결과는 온전히 민주당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특수본 수사에서 이 장관은 별다른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고, 참사 발생 후 장관의 일부 언행이 부적절했다고 볼 수 있지만 중대한 법 위반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헌재가 인용할 가능성은 제로라는 원로 헌법학자의 의견도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부결될 가능성을 띄우며 민주당의 이탈표를 유도하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헌재에서 탄핵안이 기각되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민주당에도 양심 있는 분들, 탄핵 제도의 본질을 잘 이해하는 분들 중에는 (탄핵에) 동의하지 않는 분도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표결 전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조사를 통해 탄핵안의 요건을 더욱 따져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장관 탄핵안은 다수를 가장한 민주당의 의회 독재의 민낯”이라며 “언제부터 다수당의 책무가 툭하면 국무위원 탄핵을 들고나와 국민이 선택한 정부의 국정을 발목 잡는 것이 됐냐”고 따져 물었다. 김석기 사무총장도 “민주당이 앞뒤 안 가리고 이재명 대표 방탄에 올인하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탄핵안의 정당성과 실효성을 강조하는 데 주력하며 ‘탄핵 찬성표 결집’에 나섰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장관을 문책하는 것은 양심을 지닌 국회의원이라면 당연히 나서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자, 국민을 지켜야 하는 국회로서 기본적인 책무”라며 “설령 정치적으로 불리하더라도 민주당은 그 계산기는 완전히 내려놓고 오직 국민이 하라는 일을 분명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소추위원이 여당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인데 헌재 심판이 제대로 진행되겠느냐’는 질문에 “김 의원이 개인 입장에서 소추위원으로 나서는 게 아니고, 탄핵안이 결정되면 문서로도 다 남기 때문에 (정해진) 틀에서 크게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국민의힘의 ‘헌재 인용 가능성 제로’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민주당은 헌재의 기각 가능성에 대비한 여론전도 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탄핵안이 헌재에서 기각되면 국민과 이태원 참사 유가족은 더 분노하지 않겠느냐”며 “명확한 책임이 있는 장관인데도 탄핵이 기각된다면 현 정권에선 헌재조차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꼴”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의 한 의원도 “기각돼도 불리한 건 정부·여당”이라며 “헌정사 최초로 장관을 헌재 심판대에 세운다는 것만으로도 윤석열정부에 큰 타격”이라고 주장했다.

안규영 박성영 기자 kyu@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