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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한국정부 책임’ 첫 인정

베트남인에 3000만원 지급 판결
비슷한 사례 소송 이어질 가능성

베트남 전쟁 당시 퐁니마을 학살사건 생존자 응우옌 티탄씨가 지난 2018년 4월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에서 최종진술을 하고 있는 모습. 국민일보DB

1968년 2월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현지 민간인 학살로 인한 피해를 한국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는 1심 법원 판결이 나왔다. 민간인 학살 피해 생존자에 대한 한국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라 파장이 예상된다. 피해자들의 유사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는 7일 베트남인 응우옌 티탄(63)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정부가 3000만10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적정 위자료로 4000만원을 산정했지만, 응우옌씨의 청구금액이 3000만100원이라 이 범위 한도에서 배상금이 인정됐다.

응우옌씨는 1968년 2월 한국군 해병 제2여단(청룡부대) 군인들이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현 퐁니 마을에서 70여명의 민간인을 학살했다면서 2020년 4월 소송을 냈다. 당시 7세였던 그는 총격으로 가족을 잃고 자신도 배에 총상을 입어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응우옌씨는 퐁니 마을 주민들, 미군 감찰보고서, 한국 군인 진술서 등을 종합할 때 학살 사실이 입증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가해자가 한국군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당시 게릴라전으로 전개된 베트남전의 특성상 정당행위로 볼 수 있다고 맞섰다.

법원은 응우옌씨 손을 들어주면서 약 55년 전 벌어진 한국군의 학살과 불법행위를 모두 인정했다. 당시 총격으로 응우옌씨의 이모, 남동생, 언니 등이 현장에서 사망하고 그와 오빠가 부상을 입은 사실도 인정됐다.

박 부장판사는 “원고의 모친은 외출 중이었는데 군인들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강제로 한 곳에 모이게 한 뒤 총으로 사살했다”며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베트남 국민이 한국에서 소송을 내는 것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정부 측의 소송 소멸시효 만료 주장에 대해서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가 소송 제기 무렵까지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사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재 베트남에 있는 응우옌씨는 선고 직후 화상통화를 통해 “뛸 듯이 기쁘다”며 “학살 사건으로 희생된 74명의 영혼들에게 이 소식이 위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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