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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교통범칙금 부과하고, 몰래 대납한 경찰… 왜?

폭행 피해 신고한 경찰에 책임 물어
신원 안 뒤 편법으로 사건종결 의심


경찰이 한 자전거 운전자에게 교통 범칙금을 부과했다가 이의제기를 받자 운전자 몰래 범칙금을 대납한 일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범칙금을 부과했던 대상이 현직 경찰관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뒤 사건을 편법으로 처리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현직 경찰관인 A씨로부터 ‘서울 지역 경찰서 B경사와 C경감 등 경찰관 4명이 개인정보를 부당하게 입수하고 허위공문서를 작성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 중이라고 7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9월 1일 자전거를 타고 서초구의 한 골목을 지나다 마주 오던 오토바이 운전자와 시비가 붙었다. A씨는 “오토바이 운전자가 자전거를 들이박고 길을 막아선다”며 112에 신고했다. 이후 서초경찰서 한 파출소 소속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문제는 더 꼬였다. 경찰관들이 폭행 피해 진술은 듣지 않고, 오히려 ‘자전거를 타고 인도를 역주행했다’며 범칙금을 부과하려 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그는 오토바이 운전자의 허위 진술이라며 신원 고지 및 범칙금 납부를 거부했다. 그러자 B경사는 “즉결심판에 회부하겠다”고 했다. 이후 2년이 지나도록 즉결심판 출석 요구서를 받은 적이 없어 A씨는 사건이 종결된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A씨는 지난해 9월 본인에게 교통범칙금 3만원 납부 기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범칙금을 대신 낸 사람은 당시 출동한 경찰 중 한 명이었다. 사건 당일 해당 파출소는 ‘자전거 인도 역주행’으로 A씨에 대한 범죄 발생 보고서를 올리고 이를 당사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이틀 뒤 범칙금 대납으로 사건을 종결한 것이다. 납부는 자정을 넘긴 시각에 이뤄졌는데, 정작 A씨는 주간 근무 후에 일찍 잠이 든 상태였다고 한다.

A씨는 112 신고 당시엔 자신이 경찰이라는 걸 밝히지 않았다. 이후 서초서 청문감사관실에 다시 신고를 했는데 이 과정에서 A씨 신분을 알게 된 B경사와 C경감이 범칙금을 몰래 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이들이 A씨의 개인정보를 알게 된 경위에 대해서 들여다보고 있다.

서초서 관계자는 “같은 경찰관이라 ‘간단한 사안이니 내가 내주고 말지’라는 마음으로 대납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의였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인적사항 파악 과정에서 당사자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B경사는 “팀 차원에서 결정했던 것”이라며 “조사 중인 사안이니 결론이 나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A씨 관련 정보 취득 경위 등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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