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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공급망 다원화’ 러시… “적도 동지도 없다”

상황에 따라 전략적 선택 줄이어
소재업계도 지각변동… 불꽃 경쟁


“LG에너지솔루션 아니고 삼성SDI?” 포스코케미칼이 삼성SDI와 10년간 40조 규모의 양극재 공급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가 되물었다. 비슷한 얘기는 다른 관계자에게서도 니왔다. 그는 “에코프로비엠 아니고 포스코케미칼?”이라고 했다.

이들이 이렇게 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함께 공급망을 형성해왔던 거래선에 ‘손바꿈’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포스코케미칼은 LG에너지솔루션에 양극재를 공급해왔다. 삼성SDI는 주로 에코프로그룹의 양극재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과 거래를 이어왔다. 에코프로그룹은 삼성SDI와 양극재를 생상하는 합작사인 에코프로이엠을 세우기도 했다.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완성차와 배터리 업체 사이의 협력관계가 다양해지고 있다. 그동안 특정업체끼리 합작법인 설립 등으로 1대 1 관계를 강화해왔다면, 최근에는 상황에 따른 ‘전략적 선택’이 대세다. 배터리 업체와 소재 업체간에도 마찬가지다.

탈동조화 현상은 현장에서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포드의 경우 SK온과 손을 잡고 설립할 예정이었던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법인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대신 포드는 LG에너지솔루션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M은 미국 내 4번째 배터리 합작공장의 상대로 기존 파트너인 LG에너지솔루션 대신 삼성SDI, 파나소닉 등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계에선 필요에 따라 흩어지고 손을 잡는 식의 ‘파트너십 재편’ 사례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본다. 배터리 적기 양산을 위해서라면 파트너십 교체 등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얘기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나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공급망 다원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8일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 급증하는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려면 완성차 업체는 공급망을 다양하게 확보해야 한다.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도 고객이 늘어나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또한 배터리 소재 업계에선 지각변동을 동반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이 에코프로비엠에 이어 삼성SDI에 대규모 물량을 공급하면서 ’양극재 업체-셀 업체’ 사이의 단일한 협력구조는 깨졌다. 배터리 소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양극재만 하더라도 하이니켈 양극재 기술력 고도화에 따라 주요 고객사의 프로젝트 수주를 확대하기 위한 업체간 경쟁 구도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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