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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연령 상향까지… 지하철 무임수송비 책임논란 확산

[스토리텔링 경제] ‘노인 지하철 무임수송비’ 논쟁 점입가경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도시철도 운영 적자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최근 무임승차 연령을 높이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8일 서울 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에서 한 노인이 개찰구를 향해 걸어가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시와 정부가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비용을 놓고 벌이던 기 싸움이 노인 연령 상향 논의로까지 번지고 있다. 노인 연령 상향 여부는 정년 연장, 연금 개혁과 맞물려 있는 사안이어서 결론이 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여야 셈법은 제각각이다. 야당은 공익서비스 손실 보전(PSO)부터 손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은 대중교통 요금 체계 자체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임 논란 … 지자체 vs 중앙정부

논쟁의 시작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지하철 무임승차에 기획재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부터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대중교통 300원 인상안’을 밝히면서 올해 예산안에 PSO 예산이 빠진 것에 책임을 돌렸다. 서울교통공사의 손실이 커지면서 중앙정부 도움 없인 적자를 부담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8일 국회를 찾아 PSO 예산을 거듭 요청했다. PSO는 정부가 공익서비스로 인한 손실을 재정으로 보전해 주는 것을 뜻한다.

여야 입장은 미묘하게 다르다. 여당은 지방자치단체 부담이 큰 것은 맞지만 국가 예산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까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신 노인 연령 상향으로 논의의 초점을 돌렸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수십년 전에 정해진 65세(라는 기준이) 맞는지, 연령 상한을 포함해서 종합적으로 다뤄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비해 야당은 PSO 논의가 우선돼야 하지, 노인 연령 인상은 논의의 초점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중앙정부가 공익서비스에 따른 손실을 보전·지원하는 PSO법을 우선 처리해야 한다”며 “중앙정부의 책임 있는 지원이 결정되면, 무임승차 적용 연령의 단계적 인상이나 시간대별 탄력 운영 등이 정년 연장 방안과 함께 사회적 합의로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정부가 무임승차로 인한 지자체 손실을 보전하는 내용의 도시철도법 개정안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논의됐지만 그 이상으로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 무임승차 비용 보전을 찬성하는 논리는 지자체 재정 여건을 고려할 때 지자체가 도시철도를 지원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국가 정책에 따라 대중교통 운임을 감면하고 있으니 국가가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반면 반대 논리는 ‘도시철도는 지자체 소관 업무이며, 도시철도가 없는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국회 논의는 사회적인 합의와 국가와 지자체 간 업무 분담 문제 등을 고려해 조금 더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으로만 마무리됐다.

정부 입장은 단호하다. 지자체 손실을 나랏돈으로 메울 수 없다는 논리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관련 질의가 나오자 “서울에서 운영하는 지하철은 서울시의 지자체 사무이므로 지자체가 자체 예산으로 책임지고 운영해야 한다”며 “중앙정부도 빚을 내서 나라 살림을 운영하는데, 지자체가 어렵다고 지원해 달라고 하는 것은 논리 구조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임승차, 노인연령 상향으로 확대


무임승차가 노인 연령 상향으로 번지면서 정년 연장, 연금 개혁까지 논의가 확장하고 있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인구 구성비는 2020년 15.7%에서 2050년 40.1%로 증가한다. 노인 구성비가 급증하자 국민연금 수급 연령도 점차 늦춰지고 있다. 국민연금 수급은 현재 만 63세에서 5년마다 한 살씩 늦춰져 2033년에는 65세가 된다. 정년이 60세인 것을 고려하면 최소 5년 동안은 소득이 없는 기간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년 연장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주된 일자리 평균 퇴직 연령은 49.3세로, 법정 정년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반면 노인이 스스로 생각하는 노인 기준연령은 법정 기준보다 높다. 2020년 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에서 응답한 노인 중 52.7%는 만 70~74세를, 14.9%는 만 75~79세를 노인 기준연령이라고 인식했다. 서울시의 지난해 조사에서는 서울 노인이 생각하는 노인 기준연령이 평균 72.6세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대구시는 선제적으로 노인 무임승차 연령을 단계적으로 높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시내버스는 만 74세를 시작으로 해마다 한 살씩 기준을 낮추고 도시철도는 65세에서 한 살씩 올려 5년여 후에 최종적으로 70세로 통일하는 단계적 추진안을 제시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노인복지는 국비 지원에 매달릴 문제가 아니다”라며 “노인 연령을 상향 조정해야 하고 국민연금, 정년 연장, 주택 역모기지 제도도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노인 무임승차를 대중교통비 인상의 원인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무상승차를 하는 노인이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으면 적자 폭이 줄어드는 게 아니기 때문에 서울시가 말하는 것처럼 노인 무상교통이 적자의 원인이라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노인에 대한 사회서비스 제공의 부담을 대중교통 이용자가 져야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정부 예산으로 무임승차 비용을 지원할 수는 있겠지만 땜질 처방에 그칠 것”이라며 “무임승차는 비용 대비 충분한 사회경제적 효과가 검증된 만큼 교통 복지 차원에서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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